갈무리 5

재미있는 우리 속담 -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속담은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적으로 인식하는 내용을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과정을 통해 갈무리된, 공동체적 지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입을 통해 연행되거나 전승되는 모든 종류의 텍스트에 속담이 쉽게 끼어 들어 가곤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판소리’가 있지요. 판소리는 양반가의 사랑방에서 향유되기도 하고 라디오나 레코드판에 실려 전승되기도 했지만, 연행과 전승의 핵심은 거리의 판놀음에 있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숱한 말과 노래와 이야기들이 광대들의 사설 엮음을 통해 판소리로 흘러들기도 하고 판소리의 유명한 대목이나 흥미로운 표현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다시 시정의 일상 문화 속으로 스며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판소리에는 일상적인 말의 문화가 남긴 흔적으로서, 다..

[토박이말 살리기] 설거지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한가위 잘 쇠셨는지요? 보름달처럼 밝고 넉넉하게 잘 쇠셨길 바랍니다. 날도 맑아서 밝은 보름달을 보면서 여러 가지 바람이 이루어지길 빌었다는 말도 들었는데 여러분은 어떤 것을 비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늘 그렇듯이 토박이말이 온 누리에 퍼져 모든 사람들이 다 잘 알고 써서 막힘이 없는 나라가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토박이말바라기에서 마련할 여러 가지 일들이 잘 되고 널리 알려져 많은 분들이 토박이말 살리기에 함께하게 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한가위 때만 그런 것은 아니지만 좋은 날 살붙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맛있는 것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까지는 참 좋습니다. 지난해와 올해는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 때문에 모일 수가 없게 되어서 한결 덜했을 것입니다. 그래도 몇 사람이든 모여서 ..

[토박이말 살리기]1-74 들무새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들무새'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뒷바라지에 쓰는 물건'이라는 뜻과 '어떤 일에 쓰는 재료'라는 두 가지 뜻이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어떤 일이나 사람을 뒷바라지하는 데 쓰이는 물건'이 바탕뜻(기본의미)이고 '무엇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라는 뜻도 있다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곳 다 보기월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또 다른 뜻을 가지고 있다고 따로 올림말로 올려 놓았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남의 막일을 힘껏 도움'이라고 풀이를 해 놓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서는 '몸을 사리지 않고 남의 궂은일이나 막일을 힘껏 도와줌. 또는 그런 사람'이라고 풀이를 하고 "함안댁은 그 마을에서 온갖 일의 들무새였다."는..

[책에서 길을 찾다]1-앞잡이

책을 읽다 보면 못 보던 새로운 낱말을 만나 반갑기도 하고, 다 아는 말인데 이럴 때 이렇게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저도 모르게 무릎을 칠 때도 있습니다. 또 이런 말보다 같은 뜻을 가진 토박이말을 썼더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하곤 하지요. 여러 해 앞부터 책을 읽으면서 밑금을 그어 놓거나 적바림을 해 놓은 것들이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런 것들을 그냥 그렇게 넘길 것이 아니라 하나씩 붙들어 갈무리를 해서 다른 분들에게도 알려 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었는데 그걸 오늘부터 하나씩 해 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영화 말모이 때문에 더욱 널리 알려지신 이극로 님의 '고투사십년' 안에 실린 유열 님의 '스승님의 걸어오신 길'의 첫째 월을 보고 생각한 것들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된 고개 험한 길을 가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