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간꾼 4

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6 – ‘뜬금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뜬금없다'를 찾으면 "갑작스럽고도 엉뚱 하다."라고만 풀이해 놓았다. 그게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속이 후련하지는 않다. 어째서 속이 후련하지 않을까? '뜬금'이 무엇인지 알려 주지 않아서 그렇지 않을까 싶다. 뜬금을 알자면 먼저 '금'을 알아야 한다. 우리 토박이말 '금'은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여기서 말하는 '금'은 '값'과 더불어 쓰이는 것이다. '값'은 알다시피 남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들 적에 내놓는 돈이며, 거꾸로 내가 가진 것을 남에게 건네주고 받아 내는 돈이기도 하다. 값을 받고 물건을 팔거나 값을 치르고 물건을 사거나 하는 노릇을 '장사'라 하는데, 팔고 사는 노릇이 잦아 지면서 때와 곳을 마련해 놓고 사람들이 모여서 팔고 샀다. 그때가 '장난'이고, 그곳이 '..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6,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값’과 ‘삯’

‘값’은 남이 가진 무엇을 내 것으로 만들 적에 내가 내놓는 값어치를 뜻한다. 그것은 곧 내가 가진 무엇을 남에게 건네주고 대신 받는 값어치를 뜻하기도 한다. 이때 건네주는 쪽은 값어치를 ‘내놓아야’ 하지만, 값어치를 건네받는 쪽은 값을 ‘치러야’ 한다. 값어치를 내놓고 값을 받는 노릇을 ‘판다’ 하고, 값을 치르고 값어치를 갖는 노릇을 ‘산다’ 한다. 팔고 사는 노릇이 잦아지면서 때와 곳을 마련해 놓고 많은 사람이 모여 종일토록 서로 팔고 샀다. 그때를 ‘장날’이라 하고, 그곳을 ‘장터’라 한다. 본디는 파는 쪽에서 내놓는 것도 ‘무엇’이었고, 사는 쪽에서 값으로 치르는 것도 ‘무엇’이었다. 그런데 사람의 슬기가 깨어나면서 ‘돈’이라는 것을 만들어, 사는 쪽에서는 돈으로 값을 치르는 세상이 열렸다. 그..

6월 10일 - 한여름 꼭 필요한 소를 파는 심정

콧잔등이 쌀쌀 언 새벽으로 누비 옷 입은 영감이 소를 몰고 간다 거리에는 밤눈이 내려 사람도 없고 귀신들도 돌아가고 소는 울지 않고 영감은 말이 없다 우시장까지는 하이얀 길이다 이십오 리 바람 길이다 신재경의 ‘우시장’이란 시의 일부인데 소를 팔러 우시장(쇠전)으로 가는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