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림유사 3

맛의 말, 말의 맛 - 햅쌀과 누룽지의 비밀

누구나 경험해 본 가장 쉽고도 어려운 시험이 있으니 바로 받아쓰기이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접하게 되는 시험인데 이 시험은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잘해야 본전이다. 그저 불러 주는 대로 받아쓰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글자로는 어떻게 쓰였는가를 확인해 그대로 써야지만 세 자리 숫자 밑에 두 줄이 그어진 점수를 받는다. 그렇지 않고 잘못 써서 두 자릿수의 점수를 받으면 구박을 받기 십상이다. 어쩌면 이 시험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선생님의 머릿속에 있는 단어를 그대로 그려 내는 시험이지 받아쓰기는 아니다. 햅쌀? 햇쌀이 아니고? 햇사과, 햇곡식인데 왜 쌀만 햅쌀? 누룽지가 맞나? 눌은밥을 생각해 보면 ‘눌은지’라고 써야 할 것도 같은데? 여기 받아쓰..

(얼레빗 4220호) 손으로 두드리고 만지면서 만들던 메주

“속을 썩히는 / 저 향긋한 향 / 어머니, 아버지 가슴 속에 든 곰팡내 나는 / 퍼런 멍처럼 네모난 / 메주 한 / 덩이” 정순철 시인의 시 <메주>입니다. 이번 주 토요일은 24절기 가운데 ‘대설(大雪)’로 이즈음 우리 겨레는 메주 쓰기가 한창입니다. ‘콩으로 메주를 쒀도 곧이듣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