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5

고사성어 - 미생지신, 각주구검, 연목구어

언젠가 세상의 삼대 바보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미생지신, 각주구검, 연목구어에 나오는 남자들이라고 했다. 누가 한 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이 남자들에 대해 종종 생각한다. 얼마나 바보 같길래 고사로 남고, 그래서 두고두고 놀림을 받는가. 먼저, 미생지신. ‘미생의 믿음’이라는 뜻이다. 미생이라는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과 다리 아래서 만나기로 한다. 여인은 오지 않는다. 장대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점점 더 굵어진다. 미생의 허리, 가슴, 목까지 물이 된 비가 차오른다. 그러나 미생은 자리를 떠날 수 없다. 떠나지 않는다. 결국 익사한다. 다음, 각주구검의 남자. 배를 타고 가다가 칼을 바다에 빠트린 한 남자가 있다. 칼을 건져 보려 하지만 실패. 남자는 품에서 다른 칼을 꺼내더니 배에 무언가를 ..

신 고사성어 - 무용지용 無用之用,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을 들어 봤을 것이다. 자손이 빈한해지면 선산先山의 나무까지 모조리 팔아 버리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줄기가 굽어 볼품없는 나무는 그대로 남게 된다는 말이다. 이 속담에는 ‘줄기가 굽은 나무는 쓸모가 없어 팔 데가 없다’는 가치 판단이 들어 있다. 어쨌든 이 쓸모없어 보이던 나무가 쓸모 있는 나무들을 대신해 조상의 묘를 지키게 되는 것이다. 사진가 배병우가 찍은 소나무 사진에는 이런 소나무들이 가득하다. 굽어서 산을 지킬 수밖에 없게 돼 버린 나무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진에는 얼마나 아름답게 찍혀 있는가. 『장자』 「인간세人間世」 편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초나라의 미치광이 접여接輿가 말한다. “산에 있는 나무는 사람들에게 쓰이기 때문에 잘려 제 몸을 해치고, 등..

신 고사성어 - 다다익선, 많으면 과연 좋은가?

다다익선, 너무나 익숙한 말이다. 이 성어를 한 번도 말해 보지 않은 사람도 있을까.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거나 견강부회牽强附會 같은 말은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대화 중에 쓰기가 난감하다. 누군가가 쓰지 말라고 만류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다. 많으면 많을수록 과연 좋은지. 적은 것보다는 많은 편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연 그런가라고. 《사기》의 〈회음후열전〉이 ‘다다익선’의 출전이다. 한나라를 세워 한고조가 된 유방과 초왕楚王이었던 한신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한신은 고향인 회음으로 돌아와 회음후淮陰侯가 된다. (그러니 〈회음후열전〉은 ‘한신열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운 한신을 초왕으로 만든 유방이 세력이 커진 한신을 견제하기 위해 한신을 초왕에서 회..

신 고사성어 - 교자채신(敎子采薪)

교자채신. 이 생소한 성어와 마주쳤다. 글자를 풀면 이렇다. ‘아들에게 나무하는 법을 가르치다.’ 구미가 당겼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나무를 해 오라고 시킨다. → 아들은 나무를 해 온다. → 아버지는 아들이 해 온 나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자신의 나무하는 법을 아들에게 가르친다. → 아들은 아버지의 나무하는 법을 따른다. 내 생각과는 달랐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무턱대고 나무를 해 오라고 시키지는 않았다. 일단 묻는다. “집에서 백 걸음 떨어진 곳에서 해 오겠느냐, 아니면 백 리 떨어진 곳에서 해 오겠느냐?” 말할 것도 없이 집 가까운 곳에서 나무를 해 오겠다는 아들. 이때 –우리가 짐작할 수 있듯이–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가까운 곳에서는 언제든지..

신 고사성어 - 식자우환, 얼마나 알면 다치는 걸까

‘알면 다친다’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꽤 오래전의 일이다. 식자우환과 통하는 말이다. 유식有識할 때 그 ‘식’이다. 무식할 때의 ‘식’이기도 한 것이다. 식자識者를 현대어로 풀자면, ‘학문 좀 한 자’ 정도 될 것이다. 여기에서 ‘좀’은 ‘조금’이라는 부사의 준말이 아니다. 곧이곧대로 단어의 뜻만으로 해석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맥락이라는 것 때문에 그렇다. 공부라는 것은 아무리 많이 한다 하더라도 ‘많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배운다는 것은 얼마나 방대하고 또 막막한가. 그것을 느껴 보지 못한 자만이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식자일수록 ‘조금’밖에 못했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 ‘식자우환’의 출전은 《삼국지》다. 서서徐庶의 어머니 위부인魏夫人이 조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