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기 7

(얼레빗 제4853호) 작지만 당찬, 합주를 이끄는 악기 피리

우리 국악기 가운데 관악기로 향피리, 당피리, 세피리가 있습니다. 피리는 관악기 가운데 가장 작은 것으로 향피리의 길이가 보통 30cm 정도고 세피리는 더 작아서 지름이 1cm도 안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조선시대 악기 편성에서 중심이 되었고, 작지만 다른 큰 악기들을 압도할 만큼 큰 소리가 나는 당찬 악기입니다. ▲ 피리 종류 / 세피리, 향피리, 당피리(위로부터) 피리 가운데 향피리는 향악 연주에서 주선율을 맡습니다. 특히 많이 연주되는 여민락, 영산회상(靈山會相), 수제천 따위에서 핵심 관악기로 연주되고 있지요. 향피리는 당피리(唐)와 함께 고려 때 중요한 관악기의 하나로 연주됐다고 《고려사》 권71 “악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피리의 그림이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은 《세종실록》 권132 “오례의(..

온고지신(溫故知新)서 온고작신(溫故作新)을 생각하다

지금 [서한범의 우리음악 이야기]에서는 연희집단 의 창립 30돌 관련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이 단체의 공연이 기업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호응을 얻게 되면서 후원 기업의 수가 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이번 주에는 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기로 한다. 무슨 말인가? 우리는 ‘옛것을 익히고 미루어 새 것을 안다’라는 뜻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이란 말은 알고 있으나, 온고작신이란 말은 생소하다. 아마도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만든다는 의미를 그렇게 표현한 것이리라. 풍물에 참여하는 북이나 장고와 같은 악기들은 빈 통 위에 가죽을 씌워 만들고, 꽹과리나 징과 같은 쇠붙이 악기들은 쇠를 얇게 만들어 울림을 극대화하는 편인데, 이러한 악기들을 오래도록 치고 다루다 보면 자연스럽게 찢어지고 깨져서 ..

(얼레빗 제4731호) 아주 느린 전통음악 ‘가곡’의 매력

"불 아니 땔지라도 절로 익는 솥과 / 여무죽 아니 먹여도 크고 살져 한 걷는 말과 / 길쌈 잘하는 여기첩과 술 샘는 주전자와, 양부로 낫는 감은 암소 / 평생에 이 다섯 가지를 두량이면 부러울 것이 없어라." 이는 전통가곡의 하나인 남창가곡 '소용'의 노랫말입니다. 요즘 말로 바꾸면 "불을 안 때도 저절로 익는 솥, 여물을 먹이지 않아도 건강하게 살이 찌고 잘 걷는 말과 길쌈 잘하는 여자 기생첩과 술이 샘처럼 솟아나는 주전자와 양볶이(소의 밥통을 볶아 만든 음식)를 먹을 수 있는 검은 암소, 평생, 이 다섯 가지를 가진다면 부러워할 것이 없겠구나!"란 뜻이지요. ▲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보유자로 진정된 이동규(李東圭) 명창 지난 7월 7일 문화재청은 국가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보유자로 ..

(얼레빗 4697) 용이 읊조리는 소리 <수룡음> 들어볼까요?

혹시 용이 읊조리는 소리 들어보셨나요? 용(龍)은 상상의 동물이어서 우리가 그 소리를 들어볼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 국악 연주곡 중 이란 음악은 그 이름에 “용이 읊조린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수룡음은 본래 가곡의 반주음악을 노래 없이 기악으로만 연주하는 음악으로 다른 이름으로는 ‘자진한잎’, ‘사관풍류’라고도 하지요. 가곡의 반주는 원래 대금, 세피리, 해금, 거문고, 가야금, 장구 따위로 하는데 특히 수룡음은 관악기 가운데서도 생황과 단소의 병주(생소병주)로 즐겨 연주합니다. ▲ 을 연주하는 생황(왼쪽)과 단소 《태종실록》 2년(1402년) 6월 5일 자 기록에 보면 예조에서 궁중 의례 때 쓰는 음악 10곡을 올리는데 10곡을 고른 까닭을 다음 같이 말합니다. “신 등이 삼가 고전(古典)을 돌..

(얼레빗 4395호) 우리악기 해금과 서양악기 바이올린의 견줌

서양 현악기의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바이올린입니다. 4줄의 바이올린은 음역이 넓어 독주, 합주, 관현악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악기지요. 이와 비슷한 우리 악기는 해금입니다. 똑같이 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이지만, 4줄의 바이올린과는 달리 해금은 오로지 두 줄만으로 기막힌 소리를 냅니다. 오직 줄을 잡는 손의 위치와 줄을 당기는 강약에 따라 음높이가 정해지기에 연주하기는 까다롭지만, 그 환상의 소리는 요즘 현대인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해금은 조선시대 대표적인 연주형태였던 ‘삼현육각’을 비롯하여 웬만한 합주 자리에는 빠지지 않지요. 그런가 하면 서양 현악기 가운데 비교적 거친듯하면서 낮은 음빛깔을 지닌 첼로가 있습니다. 첼로의 낮은 소리는 다른 소리를 감싸 안는 느낌을 주지요. 우리..

9월 2일 -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애처로운 태평소를 소개합니다

풍물굿에서 화려하고 강렬하면서도 애처로운 소리를 내는 국악기, 태평소(太平簫)를 아시나요? 태평소는 풍물악기 가운데 유일하게 가락을 부는 악기입니다. 국악기 가운데 목부(木部, 박, 어, 축처럼 나무를 재료로 하여 만든 악기)에 속하는 관악기인데 새납, 쇄납(瑣吶), 호적(胡笛),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