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예악당 2

(얼레빗 제4898호) 악귀야 너도 먹고 물러나라

“너도 먹고 물러나라. 너도 먹고 물러나라” 소리꾼과 연희패가 연신 외쳐댑니다. 악귀를 쫓아내는 ‘나례(儺禮)’ 의식의 이 장면은 지난 12월 27일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린 2023 국립국악원 송년공연 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사람만 해도 국립국악원 정악단ㆍ무용단ㆍ민속악단 등 무려 200여 명이나 되는 엄청난 공연입니다. 나례는 궁중과 관아, 민간에서 행해 온 섣달 그믐밤 사악한 악귀를 물리치고, 태평스러운 새해를 기원하는 종교의식이 예술적으로 발전한 것이지요. 우리나라 첫 문헌 기록은 약 천 년 전의 《고려사》에 있으나 처용무를 생각하면 신라 때부터 행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나례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잡귀와 역병을 쫓아내는 엄숙한 구나의식으로부터 가무와 오락이 주를 ..

(얼레빗 제4810호) 백제음악 수제천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4월 6일 저녁 7시 30분 백제음악 ‘수제천’을 들었습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올해 정기공연으로 가곡 ‘태평가’, ‘영산회상’, ‘해령(解令)’과 함께 을 선보인 것입니다. 특이 이 가운데 더욱 관심을 끈 것은 ‘수제천(壽齊天)’이었는데 이 음악은 서양 악기의 박자를 측정하는 메트로놈이란 기계로도 측정하기조차 힘들어 인간의 일상적인 감각을 크게 초월해 있다는 음악이지요. ▲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수제천’ 연주(국립국악원 제공) ‘수제천(壽齊天)’은 ‘빗가락정읍’이라고도 부르는 백제 노래 ‘정읍사’인데 조선 중기 이후 노래는 없어지고 관악 합주 형태로 남아 있는 음악입니다. 이날 공연에서 ‘수제천’을 듣는 내내 귀에 잘 들어오는 것은 주선율 피리 소리였습니다. 그 작은 악기들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