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정악단 3

(얼레빗 제5088호) 가사 춘면곡, “웃는 듯 반기는 듯” 노래한다

십이가사 가운데 하나인 궁중음악 ‘춘면곡(春眠曲)’이란 노래가 있습니다. “춘면(春眠)을 느즛 깨야 죽창(竹窓)을 반개(半開)하니” 곧 “봄잠을 늦게 깨어 죽창(대로 살을 만든 창문)을 반쯤 여니”로 시작하는 춘면곡은 임을 여의고 괴로워하는 한 사내가 기생집에 들러 봄의 운치에 빠져서 모든 괴로움을 잊어버리려는 심리를 표현한 작품으로, 육감적이고 퇴폐적인 내용입니다. 《청구영언》을 비롯하여 《고금가곡(古今歌曲)》ㆍ《해동악부(海東樂府)》ㆍ《남훈태평가(南薰太平歌)》ㆍ《고금기가(古今奇歌)》ㆍ《가곡원류(歌曲原流)〉 등의 가집류에 실려 전하기 때문에 이로 미루어 300년 전부터 부른 노래로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은 그동안 지은이를 모른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지양 교수의 책 《홀로 앉아 금(琴)을 ..

(얼레빗 제4810호) 백제음악 수제천이 우리에게 가르쳐주는 것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4월 6일 저녁 7시 30분 백제음악 ‘수제천’을 들었습니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올해 정기공연으로 가곡 ‘태평가’, ‘영산회상’, ‘해령(解令)’과 함께 을 선보인 것입니다. 특이 이 가운데 더욱 관심을 끈 것은 ‘수제천(壽齊天)’이었는데 이 음악은 서양 악기의 박자를 측정하는 메트로놈이란 기계로도 측정하기조차 힘들어 인간의 일상적인 감각을 크게 초월해 있다는 음악이지요. ▲ 국립국악원 정악단의 ‘수제천’ 연주(국립국악원 제공) ‘수제천(壽齊天)’은 ‘빗가락정읍’이라고도 부르는 백제 노래 ‘정읍사’인데 조선 중기 이후 노래는 없어지고 관악 합주 형태로 남아 있는 음악입니다. 이날 공연에서 ‘수제천’을 듣는 내내 귀에 잘 들어오는 것은 주선율 피리 소리였습니다. 그 작은 악기들에서 ..

조급한 시대에 느린 음악 ‘수제천’을 듣다

메트로놈으로 측정하기조차 힘들어 인간의 일상적인 감각을 크게 초월해 있다는 음악, 처음 듣는 사람들은 곡의 느린 속도에 우선 놀라게 된다는 ‘수제천’이다. 프랑스 파리 사람들은 이 음악에 기립박수를 쳤다는데 정작 한국인들은 그 이름조차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수제천’을 2023년 봄밤에 들을 수 있었다.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은 정악단(예술감독대행 이건회)의 올해 정기공연으로 어제 4월 6일(목)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전 국립국악원 연구실장 송지원의 해설로 을 선보였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은 우리 선조들의 철학과 이념이 담긴 ‘바른 음악’인 정악(正樂)의 멋을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정악의 백미로 꼽히는 대표작품을 공연한 것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가락으로 나라 밖에서도 천상의 소리와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