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기 5

달빛을 받으며 생황과 철금 연주하기

달빛을 받으며 생황과 철금 연주하기 하루는 선군(박지원)이 담헌(홍대용)의 집에 갔을 때 구리철현금(양금) 몇 벌이 있는 것을 보았다. 대개 중국에 갔던 사신을 통해 들어오게 되었는데 당시 연주할 사람이 없었다. 선군이 시중드는 자에게 그것을 내리게 하니 담헌은 웃으며 “연주할 줄 모르는데 무엇에 쓰려나?” 하였다. 이에 선군이 작은 관으로 시험 삼아 연주하면서 말하기를 “그대는 가야금을 가지고 와서 현을 따라 함께 연주하여 그것이 어울리는지 시험해보지 않겠는가?” 하였다. 연암 박지원의 둘째아들이 아버지의 회고담을 듣고서 기록해둔 내용입니다. 이 글의 뒷부분을 보면 그들이 여러 번 맞춰 연주하니 드디어 화음을 이루었다고 전합니다. 또 이후 금사(김억)와 같이 연주하기 위해 모였는데, 고요한 밤에 음악이..

(얼레빗 4687호) 텔레비전에 등장한 ‘정가(正歌)’의 아름다움

지난 9월 말부터 종편 텔레비전 JTBC에서는 국악과 대중음악의 넘나들기(크로스오버)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국악이 가진 멋과 매력을 선사하는 우리나라 첫 국악 경연 프로그램 이 방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즈음 병마와 싸우느라 이 프로그램을 보지 못하다가 최근 다시보기를 통해 접할 수 있었는데 국악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혼이 담긴 무대 몸짓과 소리를 통해 감동을 받았고, 눈물이 날 뻔했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이 무대는 민요, 판소리 등의 소리꾼들이 새롭게 편곡한 국악과 대중가요를 가야금ㆍ대금ㆍ해금 등 국악기는 물론 기타, 신시사이저, 마린바 등 서양악기에 맞추어 멋진 노래를 불렀음은 물론 흔히 만날 수 없는 남성 가야금병창까지 들을 수 있어 정말 국악에 대해 일반인들이 새롭게 눈 뜰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

돌로 만든 악기, 편경을 아십니까?

편경(編磬)은 고려 예종 11년(1116년)에 중국에서 편종과 함께 들어와 궁중제례악에서 사용된 악기입니다. 처음에는 편경을 만들 돌이 없어서 중국에서 수입해서 만들거나, 흙을 구워서 만든 와경(瓦磬)을 편경 대신 썼습니다. 그러다 조선 세종 7년(1425년) 경기도 남양에서 경석(磬石)이 발견되어 세종 9년(1427년) 12매짜리 편경 한 틀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편경은 습도나 온도의 변화에도 음색과 음정이 변하지 않아 모든 국악기를 조율할 때 표준이 됩니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편경은 12개로 편성되었지만 성종 때 쓰인 편경은 16매짜리였고, 이후로 지금까지 16매를 씁니다. ㄱ자 모양으로 만든 16개의 경석을 음높이 순서대로 위·아래 두 단에 8개씩 붉은 노끈으로 매다는데, 경석..

(얼레빗 4416호) 종묘제례악 시작, 끝을 알리는 ‘축’과 ‘어’

국가무형문화재 제1호 ‘종묘제례악’을 연주할 때에만 쓰는 독특한 악기들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종묘제례악의 시작을 알리는 “축(祝)”과 끝낼 때 쓰는 악기 “어(敔)”도 있는데 그 모습이 참 재미납니다. 여기서 ‘축’과 ‘어’는 짝이 되는 악기로 국악기들은 앉아서 연주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어와 축은 ‘방대’라는 받침대 위에 올려놓고 서서 연주합니다. 축은 네모진 나무 상자 위판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나무 방망이를 세워 상자 밑바닥을 내려쳐서 소리를 내지요. 축은 양의 상징으로 동쪽에 자리 잡고, 겉면은 동쪽을 상징하는 청색으로 칠하며 사면에는 산수화를 그립니다. 축을 치는 수직적인 동작은 땅과 하늘을 열어 음악을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그 반면에 ‘어’는 엎드린 호랑이의 모습으로 1m 정도의 나무를 ..

(얼레빗) 3242. 앉은 채로 연주하는 국악기 “좌고”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 다른 얼레빗 모두 보기 단기 4349(2016). 3. 11. 김홍도(金弘道)의 “단원 풍속도첩” 가운데 <춤추는 아이>라는 그림을 보면 장고 1명, 피리 2명, 젓대 1명, 그리고 해금 1명과 함께 앉아서 북을 치는 사람도 보입니다. 이 북은 좌고(座鼓)라 하는데 궁중음악이나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