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보리밥 3

맛의 말, 말의 맛 - 잡스러운 곡식의신분 상승

‘혼분식’이란 말이 널리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무언가를 섞어 먹는다는 ‘혼식(混食)’과 가루를 먹는다는 ‘분식(粉食)’이 합쳐진 말이다. 쌀이 귀하던 1970년대 후반까지 장려 운동을 벌이며 널리 쓰이던 말이다. 무엇을 섞는다는 말인가? 그리고 가루는 또 무엇인가? 쌀과 같이 밥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섞는’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잡곡’을 뜻한다. 또한 곱게 빻아 낸 모든 곡물이 ‘가루’가 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밀가루’에 한정된다. 한마디로 일정 비율 이상의 잡곡을 섞어 밥을 지어 먹고, 때때로 밥 대신 밀가루 음식을 먹으라는 뜻이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잡곡’은 억울한 말이다. 한자로는 ‘雜穀’이라 쓰니 잡스러운 곡식이란 뜻이다. ‘雜(잡)’과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