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분식’이란 말이 널리 쓰이던 시절이 있었다. 무언가를 섞어 먹는다는 ‘혼식(混食)’과 가루를 먹는다는 ‘분식(粉食)’이 합쳐진 말이다. 쌀이 귀하던 1970년대 후반까지 장려 운동을 벌이며 널리 쓰이던 말이다. 무엇을 섞는다는 말인가? 그리고 가루는 또 무엇인가? 쌀과 같이 밥을 지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섞는’ 대상이 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잡곡’을 뜻한다. 또한 곱게 빻아 낸 모든 곡물이 ‘가루’가 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밀가루’에 한정된다. 한마디로 일정 비율 이상의 잡곡을 섞어 밥을 지어 먹고, 때때로 밥 대신 밀가루 음식을 먹으라는 뜻이다.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잡곡’은 억울한 말이다. 한자로는 ‘雜穀’이라 쓰니 잡스러운 곡식이란 뜻이다. ‘雜(잡)’과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