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꾼 13

‘실버 서퍼’가 ‘디지털 친화 어르신’? 실용성 낮은 순화어

‘실버 서퍼’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는가? ‘실버 서퍼(silver surfer)’는 인터넷이나 스마트 기기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노년층을 가리키는 단어다. 그렇다면 ‘디지털 친화 어르신’은 들어본 적 있는가? 두 단어 모두 처음 들어봤다면 둘 다 같은 개념을 뜻한다는 사실을 알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디지털 친화 어르신’이 ‘실버 서퍼’를 대체하는 순화어라는 점은 더더욱 알기 어렵다. ‘디지털 친화 어르신’을 구성하는 단어가 원래 단어와 연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리클라이너’의 순화어 ‘각도 조절 푹신 의자’는 순화어에서 원래 단어를 유추하기 더 어렵다. ‘리클라이너’의 개념을 일일이 풀어 쓰다 보니 생긴 일이다. 매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국립국어원(이하 국어원)과 함께 관련 분야 전문..

(얼레빗 제4775호) 일본식 적산가옥서 '한복 홍보' 영상을 찍다니

지난 12월 13일 자 JTBC에는 “요정으로 쓰던 일본식 가옥서 '한복 홍보' 촬영을?”이란 제목의 뉴스가 보도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가 후원하고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가 만든 한복 홍보 영상이 일본식 건물인 적산가옥에서 촬영한 것이었는데 이곳은 해방 이후 '정란각'이라는 고급 요정으로도 쓰였던 곳이라는 뉴스였습니다. 주최 쪽은 “우리 문화의 일부고, 이런 곳에서도 한복이 더 빛났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진행했다"라고 합니다. 하지만, SBS 보도를 보면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가 ”최근 중국이 한복을 자국의 전통문화로 편입시키려는 '한복 공정'을 꾸준히 펼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중국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또한 누리꾼들은 "영상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쳤을 ..

‘명징하게 직조’된 한자어, 꼭 써야만 하나?

영화 평론가는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별점과 함께 ‘한 줄 평’을 남긴다. 한 줄 평이란 영화에 대한 평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9년 흥행에 성공한 영화 에 한 평론가가 남긴 한 줄 평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도 처연한 계급 우화”. 국내 영화 평론가 중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남긴 한 줄 평이다. ‘명징’, ‘직조’, ‘신랄’, ‘처연’ 등, 어려운 한자어가 가득한 그의 한 줄 평은 많은 누리꾼의 지적과 옹호를 동시에 받았다. “어려운 말만 골라 쓰면서 허세를 부린 것 같다.”, “어미 빼고 전부 한자어다.”라고 비난하는 의견이 있는 한편, “이 한 줄 평이 왜? 다들 지적 수준이 낮네.”, “이 단어를 모르다니..

'멍멍이'에서 '댕댕이'로, 왜?

최근 국립국어원에서 한글날을 앞두고 모양이 비슷한 글자들을 서로 바꾸어 쓰는 신조어, 일명 ‘야민정음’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댓글 행사를 기획했으나, 누리꾼들의 반발로 행사를 취소한 일이 있었다. 올바른 한글 사용 문화를 선도해야 하는 국립국어원에서 표준어가 아닌 인터넷 게시판발 유행어를 소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반대 측의 주된 의견이었다. ‘야민정음’은 ‘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 갤러리’라는 극우 게시판에서 사용하기 시작해 퍼진 것으로, 그 이름 또한 게시판 제목에서 글자를 따와 훈민정음과 합성하여 만든 것이다. 각종 혐오 발언을 일삼아 사회적으로 크게 지탄받는 집단에서 탄생한 속어를 대중 일반에서 탄생한 문화의 정식 명칭인 듯 공식 기관에서 그대로 소개하는 것은 자칫 그들의 다른 부정적인 언..

예능 속 우리말 게임을 보며 마냥 웃을 수 없던 이유

△티비엔(tvN) 예능방송 ‘지구오락실’의 한 장면 7월 국내의 한 케이블 예능 방송(지구오락실)에서 출연진들이 우리말만을 사용하는 게임을 즐겼다. 게임에서 이기려면 음식점에서 외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종업원에게 음식을 주문하면 된다. 한 번이라도 규칙을 어기면 음식을 못 먹고 다른 식당으로 이동해야 한다. 게임이 시작되자 출연진들은 외국어를 쓰지 않으려고 진땀을 흘렸다. 이들의 말투는 마치 번역기 목소리를 흉내 낸 듯 어색했고 부자연스러웠다. 대체어를 찾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끝내 출연진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습관처럼 ‘오케이(OK)’, ‘사이즈(size)’ 등의 영어를 내뱉고는 게임에서 지고 말았다. 그러고는 게임이 너무 어렵다고 고백했다. 방송을 보면..

‘홈페이지’에서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어 순화는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언어자유주의자 지식인들의 생각과 달리 말은 바뀌고 있다. ‘네티즌’이 ‘누리꾼’으로 바뀌는 추세는 매우 확고해졌고, 최근에는 ‘홈페이지, 웹사이트’가 ‘누리집’으로 바뀌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누리집’이라고 말하면서 그 주소를 알려주려면 나도 약간 손끝이 오그라드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어느 방송이든 코로나 예방접종 예약을 하거나 정보를 확인하려면 ‘코로나19 예방접종 누리집’으로 가라고 안내한다.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신청할 때도 “안내 문자를 받은 소상공인은 전용 누리집인 ‘소상공인방역지원금’에서 신청할 수 있다.”고 방송마다 말한다. 내 기억으로 네티즌이 누리꾼으로 바뀌는 데에는 아나운서 한 분의 선도적인 실천이 큰..

외국인이 보는 한글은 어떨까?

▲ 맥도날드와 방탄소년단이 협업한 한글 티셔츠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 중인 ‘성동일’이 적힌 의류 요즘 한류로 한국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한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5월 맥도날드는 약 한 달간 49개국에서 ‘비티에스(BTS) 세트’를 판매했다. ‘비티에스(BTS) 세트’는 맥도날드가 방탄소년단과 협업한 메뉴이다. 세트에 함께 나오는 소스 두 가지는 포장지에 소스 이름이 각각 한글로 적혀있고 맥도날드 직원은 ‘비티에스(BTS) 세트’ 판매 기간 동안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 티셔츠에는 한글로 ‘ㅂㅌㅅㄴㄷ’과 ‘ㅁㄷㄴㄷ’라는 한글 자음이 적혀있다. 각각 방탄소년단과 맥도날드의 한글 자음이다. 이에 해외 누리꾼은 “나도 저 티셔츠가 갖고 싶다”, “당장 맥도날드 직원에 지원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