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3

'그런 걸 왜 하니'

'그런 걸 왜 하니' 엄마는 내가 하는 모든 것을 말렸다. 인형놀이를 해도,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도, 그림을 그려도, 심지어 책 읽는 것도 못하게 했다. 지금도 뭘 하고 싶을 때마다 엄마 눈치부터 보게 된다. 엄마가 어떻게 생각할까, 엄마가 핀잔 주지 않을까, 무시하지 않을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이사를 할 때도, 대학원에 진학할 때도 엄마는 늘 "그런 걸 왜 하냐"며 못마땅해했다. 그래서 가끔씩 엄마에게서 멀리, 멀리 떠나고 싶었다. - 박지현의《바람이 분다. 걸어야겠다》중에서 - * 엄마의 말 한마디는 자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긍정의 말, 응원하는 말이면 다행입니다. 부정의 말, 나무라고 꾸중하고 무시하는 말이면 자칫 평생 트라우마로 남습니다. 심지어 엄마로부터 멀리 떠나고 싶다는 생각까..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 음…’. 이 가사를 읽는다면 동그란 초코과자와 함께 이미 노랫가락도 떠올리게 된다. 수십 년간 큰 인기를 지킨 비결이 그 초코과자의 특별함 때문인지,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낸 ‘정’이라는 소재 덕분인지 한 가지로 단언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노래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저 바라보거나 마주보고 있으면 다 안다는 그 말은 진정 맞는 것일까? 단언컨대, 말하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을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근거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의사소통에서 맥락에 주로 기대는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 사이의 ‘정’을 기반으로 교감한다. 때때로 ‘눈치에 따라 적절히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