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동사 3

부딪힐 때와 부딪칠 때

복잡한 지하철을 타게 되면 손의 위치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칫 성추행의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세상이라지만, 절대로 부대끼면 안 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손의 위치보다도 간간이 나오는 잔기침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재채기가 더욱 신경 쓰인다. 메르스는 마침내 사람과 사람 사이를 2미터 밖으로 떨어트렸다. 2미터 접근도 용납 않는 이 살벌한 시국에, 지하철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끼리 부딪게 되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하자. 이럴 경우에는 ‘부딪힐’ 때와 ‘부딪칠’ 때가 있을 수 있다. 부딪힌 경우에는 서로 사과하며 지나쳐 가야지, 시비를 일으킬 일이 아니다. 둘 다 의도하지 않게 부딪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광복’과 ‘해방’

오는 3월 1일은 3.1운동 100돌이 되는 날이다. 이 날의 뜻과 정신을 기리어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여러 민간단체들이 갖가지 행사를 펼치고 있다. 그런데 일제로부터 국권을 되찾은 것을 ‘광복’이라고도 하고 ‘해방’이라고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8월 15일을 ‘8․15 해방’이라 해 오다가 30여 년 전부터 ‘8․15 광복’이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해방’과 ‘광복’은 서로 뜻이 다른 낱말이다. ‘해방’은 가두었던 것을 풀어 놓는다는 뜻이므로, ‘해방하다’라고 하면 ‘~에서 풀어주다’가 되고, ‘해방되다’라고 하면 ‘~에서 풀려나다’는 말이 된다. 1945년 8월 15일에 우리는 ‘해방한’ 곧 ‘풀어준’ 것이 아니라, ‘해방된’ 곧 ‘풀려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몇몇 강대국들의 도움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