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가림 2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52,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참다’와 ‘견디다’

‘참다’와 ‘견디다’도 요즘 아주 뜻가림을 못 하고 뒤죽박죽으로 쓰는 낱말 가운데 하나다. 국어사전들도 두 낱말을 제대로 뜻가림하지 못한 채로 쓰기는 마찬가지다. 1) · 참다 : 마음을 눌러 견디다.· 견디다 : 어려움, 아픔 따위를 능히 참고 배기어 내다. 2) · 참다 : 어떤 생리적 현상이나 병적 상태를 애써 억누르고 견디어 내다.· 견디다 : 어려움이나 괴로움을 잘 참거나 배겨 내다. 3) · 참다 : 웃음, 울음, 아픔 따위를 억누르고 견디다.· 견디다 : 사람이나 생물이 일정한 기간 동안 어려운 환경에 굴복하거나 죽지 않고 계속해서 버티면서 살아 나가는 상태가 되다. 보다시피 ‘참다’는 ‘견디다’라고 풀이하고, ‘견디다’는 ‘참다’라고 풀이해 놓았다. 3)《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두 쪽 말을 ..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27,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무섭다’와 ‘두렵다’

토박이말은 우리 겨레가 이 땅에 살아오면서 스스로 만들어 낸 마음의 집이다. 우리 몸에는 우리 겨레의 유전 정보가 들어 있듯이, 토박이말에는 마음 정보가 들어 있다. 몸에 들어 있는 유전 정보는 쉽사리 망가지지 않으나, 말에 들어 있는 마음 정보는 흔들리는 세상에 맡겨 두면 단박에 망가진다. 지난 백 년 동안 우리는 무섭게 흔들리는 세상을 살아오면서 토박이말을 지키고 가꾸고 가르치지 못했다. 흔들리는 세상을 타고 일본말이 밀려와 짓밟고 미국말이 들어와 휘저어 뒤죽박죽되었다. 수백 년 수천 년을 살아오며 갈고닦아 마련한 겨레의 마음 정보를 온통 망가뜨린 셈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네 마음, 우리네 느낌과 생각과 뜻과 얼은 토박이말과 함께 뒤죽박죽되어 버린 것이다. 토박이말 ‘무섭다’와 ‘두렵다’의 쓰임새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