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류관 4

'멋진 할머니'가 되는 꿈

'멋진 할머니'가 되는 꿈 할머니라는 단어를 새삼 들여다본다. 표준국어 대사전에서 할머니는 '부모의 어머니'를 뜻한다고 등재돼 있으며, 마지막 줄에야 '친척이 아닌 늙은 여자를 친근하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로 적혀 있다. 여성이 나이 들수록 세상 속의 자기 자리로 정확히 이름을 불리기보다 다른 존재들과의 관계성 속에 두루뭉술하게 호명된다는 것을 40대를 넘기면서 조금씩 경험해왔다. - 황선우의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 중에서 - * 할머니라는 단어 속에는 많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안하고 따뜻한 손, 푸근한 어루만짐, 무조건적인 사랑 등 누구에게나 아련한 기억이 깃들어 있습니다. 얼굴의 주름살과 흰머리는 모진 세파를 인고로 견디어낸 세월의 흔적입니다. 그 연륜만큼 내면의 깊이와 자애로움을 나타내는 ..

대한제국 황실문화의 탄생 (1)

대한제국 황실문화의 탄생 서 영 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1. 황제국 선포의 배경 1897년 대한제국의 탄생은 중국 중심의 전통적 동아시아 국제질서 관념으로 보면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다. 원래 제국(帝國)의 군주를 의미하는 황제라는 칭호는 많은 나라들을 복속시키는 군주가 되고 나서야 이용할 수 있는 칭호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치유신 이후 근대 일본이 이미 동아시아적 계층질서를 부인하고 ‘제국’을 칭했듯이 대한제국 또한 주권국가로서 중국(청)으로부터 완전한 독립의 의지를 제호(帝號)로써 천명했다. 러시아공사관에서 경운궁(지금의 덕수궁)으로 돌아온 고종은 국정운영의 면모를 일신하는 차원에서 칭제를 적극 추진했다. 칭제 상소에는 전․현직 관료층을 비롯하여 지방의 유학(幼學), 관학유..

내면의 폭풍

내면의 폭풍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는 질문을 해 보면, 그 사람이 발달기에 트라우마를 경험한 일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달기 역경'(Developmental adversity)을 겪은 사람들은 대부분 만성적 조절 장애 상태예요. 대체로 신경이 곤두서 있고 불안해한다는 말입니다. 때로는 자신이 몸 밖으로 튀어 나갈 것처럼 심하게 놀라기도 하고, 러셀 브랜드가 잘 묘사했듯이 내면의 폭풍을 느끼기도 합니다. - 브루스 D. 페리, 오프라 윈프리의《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나요》중에서 - * 사람은 누구나 크고 작은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오래된 기억 속에 내면의 폭풍처럼 잠겨 있다가 불쑥불쑥 솟구쳐 오릅니다. 몸 밖으로 튀어나갈 것 같은 충격 때문에 너무 아프고 너무 괴롭습..

손수 따비와 쟁기를 든 임금

손수 따비와 쟁기를 든 임금 “정결한 소와 염소로 선농(先農)에 정성껏 제사하고, 따비와 쟁기로 보전(甫田)을 몸소 밟으셨습니다. 빛나고 성대한 의식이 이루어지니 아름다운 상서가 이르렀습니다. (……) 사(詞)에 이르기를, ‘촉촉한 가랑비 꽃가지의 바람을 재촉하니, 동쪽 들의 버들이 봄빛을 띠게 됐네. 황도(黃道)에 먼지가 맑게 걷히니, 보연(寶輦)에 봄빛이 도네. 곤룡포·면류관 차림으로 몸소 따비 잡고 밭갈이하여, 우리 백성들 농상(農桑)에 힘쓰게 했네.’” 『성종실록』 24년(1493년) 3월 10일 기록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임금이 손수 따비를 들고 농사일을 해보는 것은 농사가 나라의 근본이던 조선시대에는 아주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따비와 쟁기 같은 농기구를 들고 논밭으로 나갈 농부들은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