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형 5

'사리'와 '개비'

‘사리’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에서 “가느다란 실이나 줄을 동그랗게 포개어 감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사리다’인데, ‘사리’는 바로 이 ‘사리다’의 명사형이다. ‘사리’는 이렇게 실이나 줄을 사려서 감은 뭉치를 가리키기도 하고, 또 이 뭉치들을 세는 단위명사이기도 하다. 가령 철사나 새끼줄 따위는 둘둘 감아서 보관하는데 이렇게 감아놓은 뭉치를 셀 때 “철사 한 사리, 두 사리”, “새끼줄 한 사리, 두 사리”처럼 말한다. 철사나 새끼줄과 마찬가지로, 가늘고 긴 면발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도 사리로 센다. 음식점에서 국수를 먹을 때, 국물은 남았는데 양이 덜 차게 되면 면을 추가로 주문한다. 이때 면을(정확히는 면을 둘둘 감아놓은 뭉치를) 따로 시키려면 “면 한 사리 더 주세요.”라고 말하면 된다. 물론..

떡볶이와 떡볶기

‘떡볶이’와 ‘떡볶기’를 나란히 써 놓고 보면, 어느 것이 올바른 표기인지 헷갈릴 수가 있다. ‘떡볶기’는 떡을 볶는 행위를 말하고 ‘떡 볶기’처럼 띄어 써야 한다. ‘떡볶이’는 떡을 볶아 놓은 음식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떡볶이가 맛있다.”에서는 ‘떡볶이’이고, “떡 볶기가 재미있다.”에서는 ‘떡 볶기’이다. ‘구두닦이’와 ‘구두 닦기’도 마찬가지이다. 구두 닦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구두닦이’이고, 구두를 닦는 행동을 가리켜 말할 때에는 ‘구두 닦기’이다. “구두닦이라고 해서 구두 닦기가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라고 구별해서 쓸 수 있다. 이처럼 ‘볶다’, ‘닦다’와 같은 말들은 그 명사형인 ‘볶기’, ‘닦기’ 외에 각각 음식 이름(‘-볶이’)과 직업 이름(‘-닦이’)을 나타내는 뒷가지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