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종실록 4

(얼레빗 제4971호) 쌀에 모래를 섞어 판 미곡상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으니 관계된 것이 매우 중합니다. 쌀의 품질이 세 가지가 있는데 각기 쓰이는 바는 달라도 모두 먹을 수는 있습니다. 근래에는 인심이 교묘하게 속이기를 잘해서 오직 더 남겨 이익 취할 것만 도모하여 모든 쌀에 모래를 섞는데, 시전(市廛)이나 마을에서 거리낌 없이 통용합니다. 비록 날마다 금하여 다스리지만 조금도 두려워하여 중지하지 않으므로 만약 엄하게 금지 조항을 세우지 않는다면, 징계하여 단절시킬 수가 없을 것입니다." 이는 《명종실록》 26권, 명종 15년(1560) 7월 19일 치 기록으로 명종이 쌀에 모래를 섞어 파는 미곡상을 엄히 다스릴 필요가 있다는 사헌부의 청에 그렇게 하라고 전교한 내용입니다. 현대에는 일반미를 인기가 좋은 경기미로 포장을 바꾸는 일이나, 중국산..

큰비로 백성이 죽어가는 데 불구경하듯 했던 현령

큰비로 백성이 죽어가는 데 불구경하듯 했던 현령 박회(朴回)에게 전지하기를, “내가 처음에 조운선(漕運船) 70여 척이 바람을 만나서 표류(漂流) 침몰(沈沒)하였다는 것을 듣고, 내 마음에 그 배에 탔던 천여 명의 사람이 다 빠져 죽었으리라 여겨, 아침저녁으로 진념(軫念)하였었다. 이제 너의 글을 보니 내 마음이 기쁘다. 네가 빨리 계달하여 나의 진념하던 심회(心懷)를 풀리게 하였음을 아름답게 여겨 특히 옷 한 벌을 하사하니, 너는 이를 영수할지어다.” 『세종실록』 25년(1443년) 6월 8일 기록입니다. 여기서 조운선(漕運船)이란 고려시대와 조선시대 때 지방에서 세금으로 거둔 곡물과 생활용품을 한양으로 운반하는 데 사용했던 배를 말합니다. 앞서 남북국시대(통일신라시대)에는 해상왕 장보고가 뛰어난 배를..

(얼레빗 4595호) 산중 시냇물 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네

雨後山中石澗喧(우후산중석간훤) 비 온 뒤 산중 바위틈에 시냇물 소리 요란한데 沈吟竟日獨憑軒(침음경일독빙헌) 시 읊으며 종일 홀로 난간에 기대있네 平生最厭紛囂地(평생최염분효지) 평생에 가장 싫은 것은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인데 惟此溪聲耳不煩(유차계성이불번) 오직 이 시냇물 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네 ▲ 회재, 산속 시냇물 소리는 거슬리지 않는다고 했다. (사진 , 김형근 작가) 이 시는 조선 성리학의 큰 맥을 이루는 대학자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의 작품 로 산중에 보이는 사물을 노래한 한시입니다. 비가 온 뒤라 산속의 바위틈 사이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요란한데, 온종일 시를 지어 읊조리며 홀로 난간에 기대어 여유로움을 즐깁니다. 회재가 평생에 가장 싫어하는 것은 어지럽고 시끄러운 곳인데, 이 시냇물 ..

(얼레빗 4400호) 오늘은 입추, 큰비가 계속되면 기청제를

오늘은 24절기 중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로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입추면 가을이 들어서는 때인데 이후 말복이 들어 있어 불볕더위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우리 조상은 왜 입추를 말복 전에 오게 했을까요?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이지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입니다. 또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로 넘어가면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기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것이겠지요. "근일 비가 계속 내려 거의 10일이 되어 간다. 지난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