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리 6

[토박이말 찾기 놀이]1-18

여섯 돌 토박이말 어울림 한마당 잔치를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누리집을 다녀 가셨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솜씨 뽐내기에 지음몬(작품)을 낸 배움이가 세 즈믄 사람(3000명)에서 몇 사람 빠질 만큼 되었습니다. 그리고 토박이말 겨루기, 다녀갑니다에 글을 남겨 주신 분들까지 함께해 주신 분들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올립니다. 매끄럽지 못했던 것도 있고 제 때 챙기지 못한 것들도 있었지만 다음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더욱 마음을 쓰겠다는 다짐도 해 봅니다. 지난 엿날에는 시골에 다녀왔습니다. 세 이레 만에 간 시골은 참 많이 달라져 있었습니다. 붉은 빛깔로 주렁주렁 달려 있던 감은 말할 것도 없고 잎도 하나 남김 없이 다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싸늘한 바닥은 얼음 위를 걷는 것..

[토박이말 살리기]서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

지난 글에서 ‘서릿가을’, ‘무서리’, ‘ 된서리’와 같은 ‘서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 드렸더니 ‘서리’를 나타내는 말이 더 있을 것 같은데 알고 싶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서리’와 아랑곳한 토박이말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먼저 ‘첫서리’입니다. ‘그해 가을에 처음 내리는 서리’를 가리키는 말이죠. 올해는 여름에서 바로 겨울로 건너뛰듯이 철이 바뀌는 바람에 첫서리가 일찍 온 곳이 많습니다. 서울에는 지난달 열여드레(10월 18일)에 내렸다는 기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갈수록 따뜻해지는 바람에 제주도에는 서리가 내린다는 서릿날(상강)인 10월 23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내리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첫서리’와 맞서는 말로 ‘끝서리’가 있습니다. ‘그해 겨울에 마지막으로 내린 서리’를..

[토박이말 살리기]-들겨울달(11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올해는 여느 해보다 일찍 겨울 맛을 보았기 때문에 서릿가을이란 말이 좀 늦다 싶은 생각도 듭니다. 아침 일찍 마실을 다니시는 분이나 밖에 수레를 세워 두시는 분은 벌써 무서리를 보셨을 것입니다. 제가 사는 곳엔 고까잎이 예쁘게 달려 있는 나무가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높은 곳에 사시는 분들 가운데에는 푸르던 감잎에 서리가 내려 고까잎이 되지도 못하고 잿빛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 아쉬움을 느끼신 분도 계셨을 것입니다. 그래도 가을 나들이를 떠나시는 분들은 코숭이 곳곳에 남아 있는 가을빛들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머지않아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노란 은행잎이며 이미 떨어져 가루가 된 가랑잎들이 달리는 수레를 따라 날리겠지요. 일찍 잎을 떨군 나무는 졸가리만 남아 차가운 바람을 가르고 서 있기도 할 겁니..

서리

아침저녁으로 늙은 주인을 지하철역까지 실어다주는 낡은 자전거. 오늘 아침에 보니 안장이 서리에 덮여 온통 하얗다. ‘서리’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그 풀이가 아주 구체적이고 생생하다. “하늘이 맑고 바람이 없는 밤, 기온이 영하로 낮아질 때, 공중의 수증기가 땅위의 물건 겉에 닿아서 엉긴 흰 가루”(우리말 큰사전). 좀 장황하지만 서리를 무척 공들여 설명하고 있다. 우리말 ‘서리’는 이 밖에도 두 가지 뜻이 더 있는데, 그 하나가 “떼를 지어서 주인 모르게 훔쳐다 먹는 장난”이다. 예전에는 주로 마을 아이들이 서리를 저질렀고, 주인도 이에 대해 무척 관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서리도 절도죄로 처벌 받게 되었으니, 국어사전에서도 ‘장난’을 ‘범죄’로 고쳐야 할 듯하다. ‘서리’는 또, “많이 모여 있는 무더..

(얼레빗 4204호) 오늘 입동, 이웃집과 시루떡 나누어 먹는 날

“찬 서리 /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이즈음의 정경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바로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는 손짓이지요. 오늘은 24절기의 열아홉째 ‘입동(立冬)’, 무서리 내리고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