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달 16

우리말로 짓는 기념일 날짜, 함께 해보실래요?

우리나라는 기념일을 숫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삼일절, 사일구, 육이오 등 중요한 사건이나 누군가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날들을 숫자로 기억한다. 다른 방법으로 언어유희를 활용하여 만든 기념일도 있다. 예를 들어 축산업협동조합은 3이 겹치는 3월 3일을 삼겹살 먹는 날로 정하여 양돈 농가 소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였다. 농촌진흥청에서는 5월 2일이 ‘오이’나 ‘오리’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을 이용해 ‘오이데이’와 ‘오리데이’를 지정했다. 그런데 숫자 외에 우리말로 기념일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우리말 기념일은 어떻게 만들고 무슨 우리말로 표현하는지 알아보자.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말 기념일을 날짜를 바탕으로 만드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열두 개의 달과 삼십 개의 날을 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지개달 열사흘(4월 13일), 다섯 돌 맞는 ‘토박이말날’

오는 무지개달 열사흘(4월 13일)은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강병환)에서 만든 ‘토박이말날’이 다섯 돌을 맞는 날이다. ‘토박이말날’은 우리 겨레의 삶과 얼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토박이말이 갈수록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서 온 나라 사람들이 함께 토박이말을 살려 일으키는 일에 힘과 슬기를 모으자는 뜻으로 2017년에 ‘토박이말바라기’에서 처음 만들었다. 4월 13일을 토박이말날로 삼은 것은 주시경 선생의 《말의 소리》라는 책을 펴낸 날과 이어진다. 《말의 소리》는 우리말의 소리를 짜임새 있게 밝힌 책이면서 덧붙임(부록)을 빼고는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한글로 되어 있어서 ‘토박이말을 한글로 적기’를 바람직한 말글살이라고 여기는 ‘토박이말바라기’의 뜻과 같아서 책을 펴..

[토박이말 살리기]1-41 늧

한낮에는 여름처럼 덥다 싶었는데 어제는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서늘했습니다. 일을 마치고 나올 때는 살갗에 닿는 바람에 춥다는 말이 나왔으니 말이죠. 그래도 봄은 물러가고 여름이 우리들 곁으로 바짝 다가오고 있습니다. 오늘 알려드릴 토박이말은 '늧'입니다. 이 말은 말집(사전)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 일의 근원. 또는 먼저 보이는 빌미'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앞으로 어떻게 될 장본(張本). 또는 먼저 보이는 빌미'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풀이에 나온 '장본'을 찾으니 '어떤 일이 크게 벌어지게 되는 근원'이라는 뜻도 있고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고 하네요. 뒤의 뜻이 '장본인'이라는 말과 이어지는 것이라는 것..

[토박이말 찾기 놀이]1-6

아이들에게 잉글리시 낱말은 하루에 열 낱말, 스무 낱말을 넘게 외우라고 해도 괜찮고 많이 알면 알수록 좋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토박이말은 하루에 한 낱말도 짐스럽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토박이말을 가르치고 배우도록 하는 일이 배곳에서 가장 앞서서는 안 된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 게 참일입니다. 그런 분들의 마음까지 움직여 함께하도록 하자면 더욱 부지런히 일을 하되 새로운 수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굴뚝 같은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만 낯설어 어렵게만 느껴지는 토박이말을 이런 게 있다고 하고 뜻과 보기월만 알려드리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게 됩니다. 오늘은 토박이말 살리기 26부터 30까지 낱말과 옛날 배움책에서 캐낸 토..

[노래에서 길을 찾다]6-나는 너를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배움을 돕는 아이들도 좋은 노래를 많이 그리고 즐겨 듣고 불렀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하고 좀 멀다 보니 아이들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락보다 노랫말에 마음을 써서 노랫말이 예쁜 노래,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를 찾아서 들려 주고 노랫말 풀이도 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 들려 드리고 싶은 노래는 신중현 님이 노랫말을 쓰고 가락까지 붙였으며 장현 님이 처음으로 부른 '나는 너를'입니다. 이 노래는 4306해(1973년)에 처음 나왔으며 4349해(2016년)에 정차식 님이 '시그널'이라는 지음몬(작품)에서 다시 불러 널리..

[토박이말 살리기]1-40 능

저한테 곧게 바로 이야기를 해 주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은 일이 있었습니다. 처음에 들을 때는 그리 달갑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보니 그럴 수 있는 일인데 제 생각만 한 제 탓이라는 생각에 열없었습니다. 낯설고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헤아리지 못한 제 잘못이고 아이들 자리에서 생각한다고 했지만 더 낮게 맞추지 못한 제 잘못이었으니까요. 저를 믿고 무엇이든 도움을 주시는 분께 그런 말씀을 듣게 해 드려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잘못을 뉘우치고 바로잡기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능'입니다. 이 말도 거의 쓰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많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 말은 말집(사전)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 '빠듯하지 아니하게 넉넉히 잡은 여유..

[노래에서 길을 찾다]7- 가시리

일부러 골라서 듣지는 않지만 오가다 듣는 노래 가운데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오늘 들려 드릴 노래는 '가시리'도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입니다. 배움책(교과서)에서 배운 고려 때 노래 '가시리'와 이름은 같지만 다른 노래랍니다. 안영민 님이 노랫말을 쓰시고 조영수 님이 가락을 붙여 에스지워너비가 2007년에 처음 부른 노래입니다. 노랫말 가운데 '기억', '매일', '세월'을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노랫말 알맹이를 톺아보면 떠나간 님을 애타게 기다리는 동안 함께했던 새마저 떠나버리는 좀 슬픈 노래지만 옛날부터 이어져 오는 우리 겨레 사람들의 사랑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는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가신 님을 아무리 불러도 메아리만 돌아오는데 마침 홀로 우는..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푸성귀, 고기, 물고기, 기름기, 흰자질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43쪽부터 44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43쪽 그림 안에 ‘키’와 ‘가슴의 둘레’가 보이고 44쪽 그림 안에는 ‘몸무게’가 나옵니다. 요즘에도 많은 곳에서 ‘신장’, ‘체중’이라는 말을 쓰지만 아이들이 배우는 배움책에는 다 ‘키’, ‘몸무게’ 라는 말을 씁니다. 옛날 배움책에서는 ‘가슴의 둘레’라고 한 것을 요즘 배움책에서는 ‘가슴둘레’라고 합니다. 하지만 같은 뜻으로 쓰기도 하는 ‘흉위(胸圍)’를 쓰는 곳은 보기 어려운데 그 까닭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것입니다. 두 쪽에 있는 그림 아래에 “우리의 몸은 이렇게 자랐다.”와 “우리 몸은 참 잘 자라지!”와 같은 월은 참 반갑고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요즘..

[토박이말 살리기]1-39 늘차다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늘차다'입니다. 이 말을 두고 말집(사전) 가운데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능란하고 재빠르다'라고 풀이를 하고 '늘찬 일솜씨'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서는 ' (솜씨가) 아주 익숙하고 재빠르다'고 풀이를 해 놓고 "김 씨는 일솜씨가 늘차서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의 일을 금세 해 버리더라고."를 보기월로 들었습니다. 저는 '능란하다'가 '익숙하고 솜씨가 있다'는 뜻이고 '익숙하다'는 것은 '일 따위가 손에 익다'는 뜻이니 '늘차다'를 '일 따위가 손에 익어서 솜씨가 있고 재빠르다'라고 풀이를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숙달된 조교'라는 말이 생각났는데 '숙달된 조교'를 '늘찬 조교' 라고 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숙달하다'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익숙하게 통달하다'..

온봄달(3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참 날이 잘 간다는 말을 저도 모르게 자주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다들 그렇겠지만 날이 바뀌고 난 뒤에야 잠자리에 들어서 때알이 소리에 일어나 아침을 챙겨 먹고 씻은 뒤 집을 나서는 때가 거의 같습니다. 배곳에 가자마자 토박이말 글을 올리고 나누다가 아이들 꿈책 읽는 것을 챙겨 보고 옛이야기 한 자락 들려 주고 나면 짜인 배움을 돕는 일이 이어집니다. 어제 뒤낮 배곳을 옮기고 처음으로 토박이말 갈침이(교사) 동아리를 했습니다. 일을 맡으신 박민정 부장님께서 야무지개 알리셨는지 많은 분들이 자리를 해 주셔서 기쁘고 고마웠습니다. 토박이말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를 가지고 가볍게 이야기를 나눈 뒤 다음 달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과 토박이말을 잘 살린 노래를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다음 만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