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 3

'어쩔티비'보다 심각한 공공언어

며칠 전 한글 관련 기삿거리를 찾다가 재밌는 영상을 봤다. 배우 신혜선씨가 '에스엔엘(SNL)코리아'라는 예능 방송에 청소년 역할로 출연한 상황극이다. 그는 소심한 전학생으로 기존 학생들의 텃세를 누르기 위해 유행하는 최신 은어를 훈련한다. 소위 그들만의 말발 싸움이다. "어쩔티비~저쩔티비~안물안궁(어쩌라고, 저쩌라고,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해)" 그는 곧 아찔한 말솜씨로 상대를 제압한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먼저 은어가 방언의 갈래인 걸 알아야 한다. 방언은 지역 방언과 사회 방언으로 나뉜다. 그중 은어가 속한 사회 방언은 세대, 소속 집단 등 이해관계에 따라 사용하는 어휘, 말하는 법이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누구나 학창 시절에 유행했던 은어를 구사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1997년..

‘미망인’의 그림자

10월 8일, 한글날 전야제 행사인 “온 세상, 한글로 비추다”에서 젊은 여성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무대에 오르자 일부 관객들 사이에서 짧은 탄성이 울렸다. 우리나라는 이미 여성 대통령이 세계를 누비고 있어 새로운 일이 아닌데도 말이다. 과거 오랫동안 집안일이나 하는 사람으로 취급돼 왔던 여성들이 오늘날에는 남성과 동등한 사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말에는 여자를 낮추어 보는 말들이 여전히 남아서 쓰이고 있다. ‘미망인’이라는 말도 그 가운데 하나다. 미망인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아직 따라 죽지 못한 사람”이다. 본디 이 말은 남편과 사별한 여자가 자신을 낮추어 이르던 일인칭 대명사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 말이 남편과 사별한 여자를 가리키는 일반 명사로 쓰이고 있다. 스스로를 낮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