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 4

맛의 말, 말의 맛 - 햅쌀과 누룽지의 비밀

누구나 경험해 본 가장 쉽고도 어려운 시험이 있으니 바로 받아쓰기이다.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바로 접하게 되는 시험인데 이 시험은 ‘밑져야 본전’이 아니라 잘해야 본전이다. 그저 불러 주는 대로 받아쓰면 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소리를 듣고 그 소리가 글자로는 어떻게 쓰였는가를 확인해 그대로 써야지만 세 자리 숫자 밑에 두 줄이 그어진 점수를 받는다. 그렇지 않고 잘못 써서 두 자릿수의 점수를 받으면 구박을 받기 십상이다. 어쩌면 이 시험은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선생님의 머릿속에 있는 단어를 그대로 그려 내는 시험이지 받아쓰기는 아니다. 햅쌀? 햇쌀이 아니고? 햇사과, 햇곡식인데 왜 쌀만 햅쌀? 누룽지가 맞나? 눌은밥을 생각해 보면 ‘눌은지’라고 써야 할 것도 같은데? 여기 받아쓰..

떡볶이와 떡볶기

‘떡볶이’와 ‘떡볶기’를 나란히 써 놓고 보면, 어느 것이 올바른 표기인지 헷갈릴 수가 있다. ‘떡볶기’는 떡을 볶는 행위를 말하고 ‘떡 볶기’처럼 띄어 써야 한다. ‘떡볶이’는 떡을 볶아 놓은 음식을 가리킨다. 그러니까, “떡볶이가 맛있다.”에서는 ‘떡볶이’이고, “떡 볶기가 재미있다.”에서는 ‘떡 볶기’이다. ‘구두닦이’와 ‘구두 닦기’도 마찬가지이다. 구두 닦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구두닦이’이고, 구두를 닦는 행동을 가리켜 말할 때에는 ‘구두 닦기’이다. “구두닦이라고 해서 구두 닦기가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라고 구별해서 쓸 수 있다. 이처럼 ‘볶다’, ‘닦다’와 같은 말들은 그 명사형인 ‘볶기’, ‘닦기’ 외에 각각 음식 이름(‘-볶이’)과 직업 이름(‘-닦이’)을 나타내는 뒷가지로도 ..

부수다, 사귀다

받아쓰기를 할 때 ‘부숴 버리다’를 적어 보라고 하면, 쓰는 사람에 따라서 대개 두 가지 형태가 나온다. 어떤 이는 ‘부셔 버리다’로 적고, 어떤 이는 ‘부숴 버리다’로 적는다. ‘부셔 버리다’와 ‘부숴 버리다’는 발음이 비슷해 헷갈리기기 때문이다. 이 둘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부셔’와 ‘부숴’의 기본형을 살펴봐야 한다. (‘부시어’의 준말인) ‘부셔’는 ‘부시다’가 기본형이고, (‘부수어’의 준말인) ‘부숴’는 ‘부수다’가 기본형이다. ‘부시다’는 “밥 먹은 그릇을 물로 부시다”, “냄비를 깨끗이 부셔 놓아라.” 등에서와 같이 ‘그릇 등을 씻어 깨끗하게 하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또 동음이의어로 “눈이 부셔서 제대로 뜰 수가 없다.”처럼 ‘빛이나 색채가 강렬해 마주 보기 어려운 상태에 있다’는 뜻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