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리에서 방구부채를 부치다 – 기대승, 「하경」 대 평상에 자리 깔고 편한 대로 누웠더니 蒲席筠床隨意臥 쳐놓은 발 사이로 실바람이 솔솔 불어 虛鈴疎箔度微風 방구부채 살살 흔드니 바람 더욱 시원해 團圓更有生凉手 푹푹 찌는 더위도 오늘 밤엔 사라지네 頓覺炎蒸一夜空 고봉(高峰) 기대승(奇大升)의 「하경(夏景, 여름날 정경)」입니다. 옛 선비들의 여름나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금이야 에어컨 바람과 함께, 또는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여름나기를 하지만 고봉은 그저 평상에 왕골대자리를 깔고 방구부채를 부칠 뿐입니다. 기대승은 어려서부터 독학하여 고전에 능통했습니다. 나이가 26세나 위인 퇴계 이황과 ‘사단칠정(四端七情)’을 주제로 8년 동안이나 편지를 주고받았는데, 후세 유학자들 가운데 이를 말하지 않은 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