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 표준어 22

"네 것이 맞다.", 원래는 틀린 표현이었던 이 문장?

“네 것이 맞다.”, 이 문장에서 틀린 부분이 있을까? 답은 ‘없다’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답은 ‘있다’였다. 작년까지 는 “네 것이 맞는다.”라고 해야 문법에 맞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2024년 국립국어원은 위 문장과 같은 구조에서 ‘맞 다’를 사용해도 옳은 표현이라고 인정해 주기로 하였다. 이제부터는 위 문장에서 틀린 부분은 없게 된 것이다. 국립국어원은 2024년 1월 10일, 표준국어대사전 누리집 ‘알립니다’에 ‘맞다’를 형용사로도 인정한다는 개정 사항을 밝혔 다. “문제에 대한 답이 바르다.”, “말이나 생각 따위가 틀림이 없다.” 등의 ‘맞다’를 형용사로 인정한 것이다. 더불어 “어떤 기억이나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을 때 하는 말”의 ‘맞다’와 “어떤 기억이나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을 때..

백성을 위해 태어난 한글,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는 우리말

어리석은 백성들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이것을 가엾게 생각하여 새로 스물여덟 글자를 만드니, 모든 사람이 쉽게 익혀서 날마다 쓰는 데 편하게 하고자 할 따름이다. 국립한글박물관 전시관 내부 한글학회가 쉽게 풀어쓴 훈민정음 머리글의 일부분이다. 과거에는 한자를 읽고 쓸 수 있는 계층은 상류층뿐이었다. 백성은 한자를 배우지 못해 부당한 일을 겪어도 표현할 수 없었다. 세종대왕이 이를 안타깝게 여겨 만든 글자가 바로 한글이다. 세종이 만든 한글은 본래 스물여덟 자였지만,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은 모두 스물네 자이다. 사라진 네 개의 글자는 ㆆ(여린 히읗), ㅿ(반시옷), ㆁ(옛이응), ㆍ(아래아)이다. 이 글자들은 잘 쓰이지 않다 보니 사라지게 되었..

우리말 탐구 - 곡식은 영글기도 하고 여물기도 한다

봄철 이상 저온과 여름철 폭염으로 농부들의 한숨이 잦았던 한 해였지만, 깊어 가는 가을 속 오곡백과는 그간의 고생을 씻어 주듯 알알이 여물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는 ‘과실이나 곡식 따위가 알이 들어 딴딴하게 잘 익다’를 뜻하는 ‘여물다’와 ‘영글다’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영글다’와 ‘여물다’는 옛말 ‘염글다’와 ‘여믈다’에 어원을 두고 있어, 어원적으로도 근거가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널리 쓰여 모두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한때 ‘영글다’가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던 탓에 간혹 ‘영글다’를 ‘여물다’의 잘못된 표현으로 알고 있는 이도 있지만, ‘여물다’와 ‘영글다’는 복수 표준어다. 그래서 곡식이나 과실이 잘 익었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둘 중 어느 것을 써도 상관없다. ‘알차게 여..

걸고 끼고 쓰고 차는 것들

우리 몸을 치장하는 액세서리를 한자말로는 장식물이라 하고 순 우리말로는 치렛거리라고 한다. 우리 몸의 일부에 착용하는 치렛거리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목걸이와 귀고리, 팔찌, 시계, 반지와 같은 것들이다. 얼굴에 달거나 목에 끼우는 것은 ‘걸다’라고 하기 때문에, 귀에 다는 귀고리라든지 목에 끼우는 목걸이는 모두 ‘귀고리를 걸다’, ‘목걸이를 걸다’처럼 ‘걸다’로 쓰는 것이 알맞은 표현이다. 흔히 “예쁜 목걸이를 한 사람” 또는 “금목걸이를 찬 사람” 이렇게 ‘목걸이를 하다’, ‘목걸이를 차다’라고 말하고 있는데, ‘목걸이를 걸다’가 바른 표현이다. 목걸이와는 달리, 귀고리의 경우에는 ‘귀고리를 걸다’와 ‘귀고리를 끼다’가 모두 맞다. 귀에 구멍을 뚫어서 그 구멍에 고리를 끼우기도 하기 때문에 ‘귀고리를 ..

나침반과 나침판

우리가 자주 쓰는 말들 가운데는 발음이 헷갈려서 잘못 적고 있는 말들이 더러 있다. 받아쓰기를 해보면, ‘폭발’을 ‘폭팔’로 적는 학생들이 많다. [폭빨]이라고 발음해야 할 낱말을 [폭팔]로 잘못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판판하고 넓은 나뭇조각은 ‘널판지’가 아니라 ‘널빤지’라고 해야 올바른 말이 된다. ‘널빤지’는 (한자말이 아닌) 순 우리말이다. 이 말을 한자말로 표현하면 널조각 판(板) 자를 붙여 ‘널판’ 또는 ‘널판자’가 된다. 곧 ‘널빤지’라고 하거나 ‘널판’, ‘널판자’라고 하는 경우만 표준말이다. 그런가 하면, 발음의 혼동으로 잘못 적히던 말들이 그대로 복수 표준어로 인정된 사례도 있다. 기계 장치들의 작동 상태를 알리는 눈금을 새긴 면을 ‘계기반’이라고 한다. 그런데 자동차에 이 계기반..

섬뜩하다, 선뜩하다, 선뜻하다

입춘이 훌쩍 지나고 봄비가 얼음을 녹이는 우수를 며칠 앞두었지만 날씨는 여전히 춥다. 날씨가 추운 것만큼이나 오싹하고 살벌한 사건 사고들도 끊이지 않는다. 우리는 흔히 소름이 끼칠 만큼 무섭고 끔찍한 것을 ‘섬찍하다’, ‘섬찟하다’ 들처럼 말하곤 하지만, 이 말들은 표준말로 인정받지 못했다. 대신 같은 뜻으로 통용되는 ‘섬뜩하다’가 오랫동안 표준말이었다. 그런데 요즘 국립국어원 온라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섬찍하다’는 북한말로, ‘섬찟하다’는 표준말로 각각 올라 있다. ‘섬찟하다’와 ‘섬뜩하다’는 복수 표준어라는 이야기다. ‘섬찟하다’, ‘섬뜩하다’ 들과 비슷한 말로, ‘선뜩하다’란 말도 있다. 추운 날에 밖에 있다가 집에 들어와 방안에 있는 사람의 속살에 손을 대면, 갑자기 찬 느낌을 받아 놀라게 된..

아등바등

“반지하방에서도 악착같이 살기 위해 바동거렸다.”에서 볼 수 있듯이, 힘겨운 처지에서 벗어나려고 바득바득 애를 쓴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 ‘바동거리다’, ‘바동대다’이다. 이 ‘바동거리다/바동대다’의 큰말은 ‘버둥거리다/버둥대다’이다. 그러나 실제 말글살이에서는 “지하방에서도 악착같이 살기 위해 바둥거렸다.”처럼 많은 사람들이 ‘바둥거리다/바둥대다’로 쓰고 있다. 본디 말과는 어긋난 표현이지만 이미 많은 이들이 이처럼 쓰고 있기 때문에, 국립국어원은 인터넷 『표준국어대사전』에 ‘바둥거리다/바둥대다’를 표준말로 올려놓았다. “으리으리한 저택 주인 앞에서는 왠지 굽신거리게 된다.”에서 ‘굽신거리다’는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비굴하게 행동하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도 본디 ‘굽실거리다’로만 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