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어 12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정과 사랑

사계절 중 가장 추운 계절인 겨울이 돌아왔다. 우리가 겨울을 춥게 여기는 것은 단지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떨어지는 온도만큼 사람의 정이 더욱 그리워지기 때문에 몸도 마음도 시려 오는 것이다. 바꿔 말해서 사람들과 정을 나누고 사랑을 나눈다면 아무리 매서운 영하의 날씨도 견딜 만한 것이 된다. 우리 삶에 온기를 더하는 ‘정’과 ‘사랑’은 어떻게 다르고 어떤 상황 속에서 쓰이는 걸까? ‘정’의 가장 일반적인 정의는 ‘어떤 사람이나 동물과 오랫동안 함께 지내면서 생기는 친근한 마음’이다. ‘정이 들다, 정이 가다, 정을 쌓다, 정을 나누다, 정을 주다, 정을 쏟다’ 등의 예는 대체로 그 같은 정의와 잘 들어맞는다. 어떤 사람이나 동물과 정이 들거나 정을 쌓거나 정을 나누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한 ..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가치와 값어치, 같은 듯 다른 쓰임새

훈민정음이 세상에 반포된 지 어느덧 57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훈민정음은 현존하는 지구상의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창제 연월일과 창제한 인물이 밝혀진 문자이다. 창제일과 창제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덕분이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현존하는 유일한 문자 해설서로서 중요한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가치’의 일반적 의미는 ‘쓸모’ 또는 ‘유용성’이다. 어떤 사물이 쓸모를 잃는 순간 가치도 소멸되고 어떤 대상의 유용성이 부정되는 순간 가치도 상실된다. 곧 가치의 기본 의미는 ‘사물이 어떤 목적에 쓰일 데가 있는 성질이나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세상에는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 있다. 어떤 용도로 쓰이지 않을지라도, 혹은 어떤 목적..

엔차감염, 이대로 둘 것인가?

지난해부터 코로나바이러스가 만연하여 일반인들도 감염병에 관한 관심이 대단히 높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중에 ‘엔(n)차감염’이라는 복합어가 있다. 엔차감염은 감염의 발생 단계를 설명하는 말의 하나이다. 즉 한 감염병이 특정 집단에서 어떤 사람에게 처음 발병했을 경우를 일차감염이라고 하고, 일차감염 환자에서 또 다른 사람에게 전파되었을 경우를 이차감염이라고 하며, 삼차감염 이상의 발병 경로를 잘 모르는 후속 단계의 감염을 통틀어 엔차감염이라고 말한다. 수학이나 통계학에서 잘 모르는 수를 상징적으로 로마자 알파벳의 ‘n’을 사용하여 표기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엔차감염이라는 말에 대해 거부감이 있고 그동안 민원이 많이 들어왔는지는 몰라도, (네이버 검색 ..

사전 두 배로 즐기기 - “표준국어대사전”, 아는 만큼 보여요!

“사전”이라고 하면 흔히 모르는 단어의 뜻을 알고 싶을 때 찾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고 쉽게 풀이해 주는 것은 사전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이다. 그러나 사전에 ‘단어 뜻’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정보가 들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도 그러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1999년 책자로 처음 발간되었는데, 당시 국어학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많은 논의 끝에 사전에 담을 정보를 결정하였고, 그러한 만큼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발간 당시의 국어학 논의의 결과물들이 많이 담겨 있다. 또한 국가에서 발간하는 사전인 만큼 언어생활의 지침이 되는 어문 규범과 관련한 사항도 담고자 하였다. 따라서 일반적으로 사전이 담고 있는 원어나 뜻풀이, 용례 등..

벽창호

매우 우둔하고 고집이 센 사람을 가리키는 ‘벽창호’라는 말이 있다. 언뜻 벽창호라 하면 벽에 창문 모양을 내고 벽을 쳐서 막은 부분이 떠올려진다. 빈틈없이 꽉 막힌 벽이 고집 센 사람의 우둔하고 답답한 속성과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가리키는 관용어 ‘벽창호’는 건물의 ‘벽창호’(‘벽’과 ‘창호’를 합한 복합어)와는 전혀 관련 없는, ‘벽창우’(‘벽창’과 ‘우’를 합한 복합어)가 변하여 굳어진 말이다. ‘벽창우’에서의 ‘벽창’은 평안북도의 ‘벽동’과 ‘창성’이라는 지명에서 각각 한 자씩 따와 만든 말이고, ‘우’는 소를 뜻하는 한자말이다. 따라서 ‘벽창우’는 ‘평안북도 벽동과 창성 땅에서 나는 큰 소’가 된다. 이 두 지역에서 나는 소가 매우 크고 억세기 때문에, 고집이 세고 무뚝뚝한 ..

단일어, 합성어, 파생어

앞선 글들에서 우리는 형태소, 단어, 어근, 접사의 개념들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에서는 이들 개념을 바탕으로 하여 단어의 구조를 파악해 보고, 단어의 구조에 따라 분류된 단어의 종류를 가리키는 문법 용어를 알아보도록 한다. 우선 하나의 형태소가 바로 단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봄, 나라, 살며시’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처럼 단순한 구조의 단어를 ‘단일어 (單一語)’라 한다. 이에 반해 둘 이상의 형태소가 결합된 단어를 ‘복합어(複合語)’라 하는데, 복합어는 다시 둘로 나뉜다. 먼저 어근과 어근이 결합하는 것을 ‘합성’이라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어를 ‘합성어(合成語)’라 한다. 그리고 어근과 접사가 결합하는 것을 ‘파생’이라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단어를 ‘파생어(派生語)’라 한다. (1)은 모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