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3

이제 포퓰리즘을 ‘대중주의’라고 말하자

요즘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populism)’이라는 말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 의미는 대체로 부정적인데,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치적 상대방을 비판하거나 공격하기 위해 동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포퓰리즘이 엘리트나 소수 지배세력이 아닌 다수의 일반 사람들을 지향하는 용어임에도, 실제로 일반 사람들은 이 용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 뜻을 이해하기 쉬운 통일된 번역어가 있으면 좋을 텐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물론 우리말로 번역해서 사용하는 경우들도 적지 않지만,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다양해지기에 차라리 그냥 영어식 표현을 사용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특히 학자들은 번역어 선택 자체가 논쟁적이어서 논란을 피하려고 영어식 표현을 선..

희색만면하다

얼굴 가득히 기쁜 표정이 떠오르는 모습을 ‘희색이 만연하다’고 표현할 때가 있는데, 이는 바른 말이 아니다. ‘만연’은 “널리 뻗음” 또는 “번져서 퍼짐”이란 뜻을 지닌 낱말이다. 에는 “식물의 줄기가 널리 뻗는다는 뜻으로, 전염병이나 나쁜 현상이 널리 퍼짐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다. 곧 “아카시아 뿌리가 만연하여 다른 나무가 자라지 못한다.”라고 할 때나, “전염병이 만연하다.”라고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만연’이 동사로 쓰이면, 나쁜 현상이나 전염병이 널리 퍼진다는 것과 같이 부정적인 구실을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곧 ‘만연하다’는 부정적인 뜻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그러나 희색은 ‘기뻐하는 얼굴빛’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불신 풍조”라든가..

드디어 헤어졌나? 끝내 헤어졌나?

상황에 따라 표현을 다르게 해야 하는 말들이 있다. “드디어 사업이 망했다.”고 말하면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든다. 그것은 ‘드디어’라는 말을 상황에 맞지 않게 사용했기 때문이다. ‘드디어’는 “드디어 사업이 성공했다.”처럼, 긍정적인 말과 함께 써야 하는 부사이다. 사업이 망했을 때처럼 부정적인 상황에서는 “끝내 사업이 망했다.”처럼 말해야 자연스럽다. 여자 친구와 헤어진 남자가 “드디어 그녀와 헤어졌다.”고 할 때와, “끝내 그녀와 헤어졌다.”라고 할 때는 그 말의 뜻이 완전히 서로 다르게 전달된다. 똑같이 회사에서 물러나는 일인데도 정년퇴직을 할 때와 명예퇴직을 할 때에 사용하는 동사가 다르다. “정년퇴임을 맞이하다/맞다.”처럼 긍정적인 상황에서는 ‘맞다’를 쓰지만, “명예퇴직을 당하다.”에서 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