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렴청정 3

혜경궁 홍씨의 눈부신 처세 속 칠십 년 궁중생활

어머니께서는 젊어서부터 한 번 보거나 들으신 것은 종신토록 잊지 않으셨으니, 궁중의 옛일부터 국가 제도, 다른 집 족보에 이르기까지 기억하지 못한 바가 없으셨다. 내가 혹시 의심스러운 바가 있어서 질문하면 하나하나 지적해 가르치지 않은 적이 없으셨으니, 그 총명과 박식은 내가 감히 따라갈 수 없다. 「혜경궁지문」, 《순조실록》, 1816년 1월 21일 / 20쪽 혜경궁 홍씨. 정조의 어머니이자 순조의 할머니인 그녀는 죽은 다음 ‘헌경(獻敬)’이라는 시호를 받았다. 총명하다고 해서 ‘헌’, 늘 조심스러웠다고 해서 ‘경’이라는 글자를 썼다. 칠십 년 가까이 계속된 그녀의 궁중생활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이런 살얼음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혜로워지고, 조심스러워지는 수밖에 없었다. 열 살에 입궁한 ..

세자의 대리청정 (1)

세자의 대리청정 김문식 (단국대) 1. 왕위 계승을 공식화하는 의식 국왕은 자신의 왕위를 계승할 후계자인 왕세자, 왕세손, 왕세제를 생전에 지정해 두었다. 이들은 국왕의 아들, 손자, 동생 가운데 한 사람이 선발되었고, 국왕이 주재하는 책봉식을 통해 왕위를 계승할 후계자로 공인을 받았다. 국왕의 후계자 가운데 가장 비중이 높은 사람은 왕세자였다. 왕세자와 관련된 의식에는 왕세자 책봉식, 왕세자가 성균관에 가서 교육을 받는 입학식, 성인식에 해당하는 관례, 국왕을 대신하여 국정을 돌보는 대리청정이 있었다. 다음의 는 왕세자들이 책봉, 입학, 관례, 가례(혼인), 대리청정을 한 나이를 정리한 것이다. 이를 보면, 왕세자들은 대부분 10세를 전후하여 책봉, 입학, 관례를 연속적으로 거행했다. 대리청정을 하는 ..

한글 위인 열전 - 유교 사상을 널리 퍼뜨리리! 한글 실용 시대를 연 성종

엘리트 코스를 밟고 왕이 된 성종 예종(조선 제8대 임금, 세조의 차남)은 세조(조선 제7대 임금)의 뒤를 이어 강력한 임금이 될 자질을 가진 왕이었지만 재위 1년 만인 1469년, 지병을 이기지 못하고 스무 살에 요절했다. 예종의 뒤를 이을 후보에는 예종의 아들 제안대군과 예종의 형인 죽은 의경세자의 두 아들 월산군, 자을산군(훗날의 성종)이 있었다. 그들 중 후계 서열 3위였던 자을산군이 13세의 나이로 보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제안대군이 네 살밖에 되지 않아 보위를 잇기 어렵고, 후계 서열 2위인 원산군은 병약한데다 성품과 자질이 자을산군보다 부족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성종이 스무 살의 성인이 될 때까지 대비전에서 대신 정사를 돌보았다. 세조의 부인이자 인수대비(성종의 모후)의 시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