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어 6

외국어 번역에서 온 잘못된 습관, '번역 투'

좋은 문장, 좋은 글은 읽기 쉽고 간단한 글이다. 그런데 누구나 문법적 오류 외에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느끼는 글을 읽은 경험이 많을 것이다. 또 직접 글을 쓰다보면 자연스럽지 않고 불편함을 주는 작문 습관이 나타나곤 한다. ​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코리아 가장 대표적으로 번역 투가 있다. 한 언어가 다른 언어에 영향을 받을 때는 하나의 큰 관용 표현이 통째로 들어오기도 하고 문형 구조가 바뀌기도 한다. 특히 외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외국어의 문장 구조에 우리말을 끼워 넣게 되면 부자연스러운 표현이 생겨난다. 오랜 시간 익숙해진 탓에 우리말인 척 숨은 이 번역 투를 알아보자. ① 피동형 능동형을 주로 사용하는 우리 한국어와 다르게 영어와 일본어에서는 피동 표현이 많다. 주어와 목적어의 자리를 ..

코리안 디아스포라

코리안 디아스포라 나의 수식어가 무엇인지 오랫동안 고민하던 중에 '디아스포라'라는 개념을 접했다. 처음에는 팔레스타인을 떠나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유대인들을 지칭하는 표현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을 떠나 미국에 살면서, 여러 국가에서 자신을 코리안으로 소개하는 다양한 친구들과 마주치며 디아스포라가 유대인뿐 아니라 대대로 이어 온 삶의 터전인 본국을 떠나 타지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을 통칭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 전후석의《당신의 수식어, 더 큰 세상을 위한 디아스포라 이야기》중에서 - * 우리에게도 750만 명의 디아스포라가 있습니다. 그중 24세 이하의 청소년이 250만 명입니다. 단 1%라도 우리 피가 섞인 인구는 2억 명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흔히 '몽고반점'으로 통칭되는, 같..

코리안 디아스포라, 수식어를 찾는 몸부림

코리안 디아스포라, 수식어를 찾는 몸부림 디아스포라들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언제 그리고 왜 한반도 밖으로 향했는지 각자의 이유가 다르고, 자신이 정착한 현지 국가의 정치 체제, 경제 상황, 민족 구성에 따라 자신을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한반도를 떠나면서부터 이민자 혹은 이민자 자녀, 소수자, 이방인이 되었던 그들의 경험은 비슷하다.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묻고, 자신의 수식어를 찾는 몸부림이 닮아 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들과 나의 존재를 설명하는 여러 수식어들 중 '코리안'이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한반도 밖의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은 대한민국의 한국인들, 아니, 한반도 안의 모든 이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까. - 전후석의《당신의 수식어,..

“식폭행, 확찐자, 확대범...” 나만 불편한가요?

최근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확대범’ 표현이 인상적이다. 이는 학대 범죄를 저지른 ‘학대범’을 살짝 바꿔 긍정의 뜻으로 만든 표현으로 ‘동물 확대범’(동물을 잘 보살펴 살을 찌움) 등으로 쓴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 많은 동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문제인 ‘동물 학대’를 이용해 만든 단어를 동물 친화적인 상황에 사용함으로써 동물 학대의 심각성을 약화한다는 우려가 있다. 심지어 이러한 언어유희는 원래 단어와 함께 쓰일 법한 수식어들과 자주 붙어 나온다는 점에서 더욱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게다가 가출하고 싶다는 여중생 2명을 데려와 두 달 동안 공부시킨 남성을 두고 ‘성적(成績) 확대범’(성적이 오르도록 함)이라고 부른 일까지 있었다. 이 남성은 선의를 베풀었음에도 뜻하지 않게 유괴범으로 몰려 경찰에 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