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가을달 19

우리말로 짓는 기념일 날짜, 함께 해보실래요?

우리나라는 기념일을 숫자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삼일절, 사일구, 육이오 등 중요한 사건이나 누군가의 희생을 기리기 위한 날들을 숫자로 기억한다. 다른 방법으로 언어유희를 활용하여 만든 기념일도 있다. 예를 들어 축산업협동조합은 3이 겹치는 3월 3일을 삼겹살 먹는 날로 정하여 양돈 농가 소득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였다. 농촌진흥청에서는 5월 2일이 ‘오이’나 ‘오리’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을 이용해 ‘오이데이’와 ‘오리데이’를 지정했다. 그런데 숫자 외에 우리말로 기념일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우리말 기념일은 어떻게 만들고 무슨 우리말로 표현하는지 알아보자.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말 기념일을 날짜를 바탕으로 만드는 방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열두 개의 달과 삼십 개의 날을 표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5-붙이 살붙이 피붙이

1학년 국어 교과서 첫째 마당에 ‘아버지’, ‘어머니’ 다음에 나오는 말이 ‘가족’입니다. 이 말과 비슷한말을 떠올려 보라고 하면 ‘식구’라는 말도 생각이 나실 것입니다. 그런데 ‘가족’, ‘식구’ 말고 다른 말을 하나 더 말해 보라고 하면 하실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우리가 나날살이에 쓰는 낱말이 많지 않은 것이지요. 가족’이나 ‘식구’를 뜻하는 토박이말은 없는 것일까요?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말집 사전에 나온 풀이에 따르면 ‘가족’, ‘식구’와 비슷한말에는 ‘식솔’, 가솔, ‘권솔’, ‘육친’, ‘처자’, ‘처자식’과 같은 한자말이 있고 토박이말로는 ‘집’이라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가족’이라는 말이 ‘주로 부부로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이라고 ..

[토박이말 살리기]-열달(10월)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건들장마가 잦다는 말을 할 만큼 비가 자주 오긴 합니다. 하지만 그야말로 쪽빛 하늘을 자주 볼 수 있는 가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을 나들이를 나선 사람들로 길이 많이 막힌다는 기별도 들으셨을 겁니다. 온이 가을로 가득 찬다는 지난 온가을달에도 올된 벼, 감, 밤을 맛보신 분도 계셨을 것입니다. 이제 온갖 열매를 거두어들이는 열매달 ‘열달’입니다. 아람이 벌은 밤송이를 곳곳에서 볼 수 있고 떨어진 알밤을 줍기도 할 것입니다. 힘을 들여 보늬까지 벗긴 밤은 날로 먹어도 맛있고 삶아 먹어도 맛있고 구워 먹으면 짜장 고소합니다. 그래서 남이 까준 밤이 그렇게 더 맛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 가지 열매는 말할 것도 없고 봄부터 여름까지 잘 가꾼 벼, 수수, 콩 따위를 가을걷이를 해서 갈무리하느라 바빠..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4-어버이

1학년 국어 교과서 첫째 마당에 ‘선생님’ 다음에 나오는 말이 ‘아버지’, ‘어머니’입니다. 이 말을 가르치고 배울 때 ‘아버지’를 뜻하는 다른 말로 ‘아비’, 어머니의 뜻하는 ‘어미’라는 말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살면서 따로 부를 때는 아버지, 어머니라고 하는데, 함께 부를 때는 ‘부모님’이라고 하지 ‘어버이’라고 잘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어머니를 아울러 이르는 말 ‘어버이’도 함께 가르치고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것도 어찌 보면 말버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버이날’이라고 하지 ‘부모님날’이라고 하지 않죠? 가락글(시)에 나오는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길 다하여라.”는 괜찮다고 여기면서 나날살이(일상생활)에서는 “어버이 ..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쇠붙이테 쇠붙이공 쇠막대기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67쪽부터 68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앞서 보여드린 66쪽 마지막 월이 67쪽 첫째 줄까지 이어집니다. “선로를 이어 놓은 자리에는 조금씩 틈이 있다.”인데 여기서 ‘선로’를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습니다. ‘선로’는 ‘줄 선(線)’, ‘길 로(路)’로 된 한자말로 뜻대로 풀이하면 ‘줄길’이 됩니다. 하지만 ‘쇠로 만든 길’이니 ‘쇳길’이라고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요즘 ‘레일(rail)’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데 이런 것부터 하나씩 토박이말로 바꾸는 일에 마음을 써야겠습니다. 또 다른 책이나 풀이에서는 ‘간격’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틈’이라는 쉬운 말을 써 주어서 반가웠..

'토박이말 살리는 수 찾기' 말나눔 잔치(토론회) 알림

575돌 한글날을 맞아 한글문화연대(대표 이건범)와 사단법인 토박이말바라기(으뜸빛 강병환)가 함께 마련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국토지주택공사, (사)국어문화원연합회, 한국와이엠시에이(YMCA)전국연맹, 흥한주택종합건설, 온리원그룹이 도와서 ‘토박이말 살리는 수 찾기’라는 주제로 말나눔 잔치(토론회)를 엽니다. 오는 열달 하루(10월 1일) 1시부터 6시까지 가톨릭청년회관 바실리오홀에서 열리며 빛무리 한아홉(코로나 19)으로 자리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줌(zoom)으로 함께하실 수 있습니다. -모임 또이름 (회의 ID): 891 3034 8481 -열쇠글(암호): 866858 이 잔치는 잃었던 나라를 되찾은 지 일흔 여섯 해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일본이 뒤쳐(번역해) 만든 한자말이 가득한 책으로 가르치고 배우고..

[토박이말 살리기]1-77 따따부따

오늘 알려 드릴 토박이말은 '따따부따'입니다. 이 말을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딱딱한 말씨로 따지고 다투는 소리. 또는 그 모양'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네가 왜 따따부따 남의 일에 참견이냐?"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딱딱한 말씨로 따지고 시비하는 소리를 나타내는 말. 또는 그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풀이를 했습니다. 보기월로 "운전사는 그에게 시비를 걸듯이 뻐드렁니를 드러내며 따따부따 따지는 것이었다."를 들었습니다. 두 곳의 풀이를 보면 '딱딱한 말씨로 따지는'이 같고 표준국어대사전은 '다투는 소리'라고 했고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은 '시비하는 소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시비하다'가 '옳고 그름을 따지는 말다툼을 하다'는 뜻이니까 다음과 같이 다듬어 보았습니다. 따..

[아들, 딸에게 들려 주는 좋은 말씀]35-동무를 고르는...

사랑하는 아들, 딸에게 맑은 날보다 흐린 날이 많은 요즘이다. 싹쓸바람이 올라 온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우리나라로 안 온다는 반가운 기별을 너희들도 들었을 거야. 그래도 비가 많이 올 거라고 하니 오가는 길 우리 모두 조심하기로 하자. 지난 오란비(장마) 때 사 놓고 신지 못한 비신도 신어 보길 바란다. 오늘 들려 줄 좋은 말씀은 "동무를 고르는 데는 천천히, 동무를 바꾸는 데는 더 천천히."야. 이 말씀은 앞서 다른 말씀을 하신 분으로 알려 드린 적이 있는 벤자민 프랭클린 님께서 남기신 말씀이란다. 워낙 널리 알려 지신 분이고 좋은 말씀을 많이 남기신 분이라 다음에도 또 이름을 들을 날이 오지 싶구나. 이 말씀은 우리가 살면서 동무를 사귀는 것이 얼마나 종요로운 것인지를 일깨워 주는 말씀이라는 생각이..

[옛배움책에서 캐낸 토박이말] 주전자 쟁개비 쓰다

오늘은 4285해(1952년) 펴낸 ‘과학공부 5-2’의 65쪽부터 66쪽에서 캐낸 토박이말을 보여드립니다. [우리한글박물관 김상석 관장 도움] 앞서 보여드린 64쪽 마지막 월이 65쪽 첫째 줄까지 이어집니다. “물을 주전자에 넣어 화로에 얹어 놓으며 끓어서 김이 난다.”인데 여기서는 ‘화로’를 빼면 모두 토박이말로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요즘 책이나 다른 책에서 ‘수증기’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여기서는 ‘김’을 써서 더 반가웠습니다. ‘주전자’를 표준국어대사전에 찾으면 ‘주전자(酒煎子)’라고 되어 있고 ‘물이나 술 따위를 데우거나 담아서 따르게 만든 그릇. 귀때와 손잡이가 달려있으며, 쇠붙이나 사기로 만든다.’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풀이에도 그렇게 해 놓았듯이 우리가 술을 담으면 ‘술주전..

[요즘 배움책에서 살려 쓸 토박이말]3-스승

1학년 국어 교과서 첫째 마당에 ‘나’, ‘너’, ‘우리’, ‘친구’ 다음에 나오는 말이 ‘선생님’입니다. 이 말도 제가 찾아보니 중국에서는 한자 ‘老(늙을 로)’, ‘師(스승 사)’를 써서 ‘[lǎoshī](라오씨)’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한자 ‘先(먼저 선)’, ‘生(날 생)’을 써서 ‘せんせい(센세이)’라고 하더라구요. 우리가 쓰는 ‘선생님’도 ‘선생’+ ‘님’인데 한자는 일본과 같습니다. 『조선왕조실록』에 ‘師傅(사부)’라는 말이 나오는 것으로 보나 옛날 서당에서 글을 가르치는 사람을 가리켜 ‘訓長(훈장)’이라고 한 것을 볼 때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선생님’은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난 뒤부터 쓰게 된 말로 보입니다. 우리도 옛날부터 ‘선생(先生)’이란 말을 썼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