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어 신조어 4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욜드 대신 청노년

이번에 새로 다듬은 외국어 신조어 ‘욜드’는 마치 갈라파고스섬의 생물 같다. 애초 바다 건너에서 들어왔으나 어느새 다른 육지나 섬에서는 모두 멸종하고, 오로지 갈라파고스에서만 살아남은 희귀 생물. ‘욜드’ 역시 해외에서 만들어져 우리나라에 전해졌으나 현재 그 어느 나라에서도 용례를 찾을 수 없고 오로지 우리 언론에서만 종종 쓰이니 말이다. ‘욜드(YOLD)’란 ‘young old’를 줄인 말이다. 우리말샘 사전에 따르면 “노령기에 접어든 베이비 붐 세대로 이루어진, 65세부터 75세 사이의 노인층을 이르는 말”이다. 즉 ‘젊은 노인’이라는 뜻이다. 우리 언론에 최초로 등장한 것은 2019년 11월 에서다. 당시 기사는 “일본 사람들은 곧잘 일본식 영어를 만들어 역수출하는 재주가 있다. 가라오케가 대표적인..

[알기 쉬운 우리 새말] 금융 분야의 새말들

최근 들어 금융 분야의 외국어 용어가 속속 눈에 띄고 있다. 디지털/가상현실 분야야 워낙 새로이 떠오르는 기술 영역이기 때문에 외국어 신조어가 피치 못하게 생겨날 수 있다지만(‘디지털’ 자체도 우리말로 다듬어져 정착하는 데 실패한 용어다), 금융은 전혀 ‘새로운 분야’가 아니다. 유럽에서 그 연원이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사업일 뿐 아니라(세계 최초의 중앙은행이 생긴 것은 1674년이다) 비록 중국과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이긴 하나, 100여 년 전 개화와 함께 ‘금융’과 관련된 주요 개념들이 우리말로 정착했다. 그런데 새삼 이들이 영어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이유로는 금융 시장의 세계화, 서구에서 공부한 학자들의 영어 과용 그리고 언중이 이를 거르지 않고 받아들인 탓 등등을 들 수 있을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하락 전환과 피크 아웃

어려운 외국어 신조어를 우리말로 다듬는 새말 모임의 성과물을 이 지면에 소개한 지 어느덧 1년이 돼 간다. 그간 스무 개가 조금 넘는 우리말을 이 지면을 통해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처럼 언론에서 우리말 설명을 각양각색으로 덧붙인 외국어는 없었던 것 같다. 그만큼 많이 쓰이고는 있으되 우리말로 표현하기는 까다로운 용어라는 얘기다. ‘피크 아웃’(Peak Out)이 주인공이다. ‘피크 아웃’이란 고점(peak)을 찍은 뒤 빠져나온다(out)는 뜻으로, 경기나 주식이 최고점을 찍고 하락 국면에 접어드는 상황을 일컫는다. 영어의 뜻 자체만으로는 경기나 주식 등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몸 상태나 운동 기량 등 여러 방면에서 최고 상태를 기록하고 내리막에 막 접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경제 용..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새롭게 힘받아 뜨는 말들

다듬을 외국어 새말 후보를 훑어보던 새말모임 위원들 중 몇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디제라티(digerati)? 이게 무슨 뜻이지? 풀이를 보니 디지털(digital)과 지식인을 뜻하는 ‘리터라티’(literati)를 붙인 합성어다. 정보화 시대를 이끌어 가는 새로운 지식 계층을 뜻한다고 한다. 다시 한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평소 우리말 순화에 관심을 두고 불필요한 외국어 표현이 새로 등장하는 현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새말모임 위원들에게조차 낯선 단어가 아닌가. 그렇다면 일반 국민에게는 더더구나 낯설 법한 단어를 서둘러 다듬어야만 할까? 위원들은 잠시 고민을 했다. 결론은 이러했다. 이미 많이 쓰고 있는 외국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작업은 물론 시급하지만, 아직은 낯선 단어를 한 발짝 빨리 새말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