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어감 사전 5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가치와 값어치, 같은 듯 다른 쓰임새

훈민정음이 세상에 반포된 지 어느덧 57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훈민정음은 현존하는 지구상의 문자 중에서 유일하게 창제 연월일과 창제한 인물이 밝혀진 문자이다. 창제일과 창제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훈민정음 해례본』덕분이다. 유네스코가 『훈민정음 해례본』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도 현존하는 유일한 문자 해설서로서 중요한 가치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가치’의 일반적 의미는 ‘쓸모’ 또는 ‘유용성’이다. 어떤 사물이 쓸모를 잃는 순간 가치도 소멸되고 어떤 대상의 유용성이 부정되는 순간 가치도 상실된다. 곧 가치의 기본 의미는 ‘사물이 어떤 목적에 쓰일 데가 있는 성질이나 정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세상에는 그 자체로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 있다. 어떤 용도로 쓰이지 않을지라도, 혹은 어떤 목적..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행복과 복, 같은 듯 다른 쓰임새

우리는 무엇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은 대학 간판과 연봉, 그리고 좋은 집이 행복의 조건이라고 여긴다. 또 다른 사람은 권력을 손에 쥐면 행복할 거라고 여기며 평생을 분투한다. 인생은 ‘한 방’, 행복도 ‘한 방’에 결정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많은 사람의 소원이 로또 1등인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편 가족, 연인, 친구 같은 친밀한 인간관계가 진정한 행복의 비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는 일과 같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여 이르는 말)’을 강조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사람들이 바라는 행복에는 이처럼 정해진 답이 없다. 행복을 찾아가는 길은 수천 개일지라도 행복이 ..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문명과 문화, 같은 듯 다른 쓰임새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문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 시작은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시장 진출이었다. 방탄소년단의 성공에 뒤이어 영화 ‘기생충’, ‘미나리’가 아카데미상을 휩쓸더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며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한국 음식 문화 역시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신라면, 초코파이, 떡볶이 등을 맛있게 먹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이미 낯설지 않다. 다양한 한국 문화와 더불어 한국인의 의식주에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시기이다. ‘문화’란 어떤 사회 집단이 오랜 시간 동안 형성하여 서로 공유하는 가치관과 행동 양식을 가리킨다. 의식주를 비롯하여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모두 포함한다. 그렇다면 문화와 비슷한..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국가와 나라,같은 듯 다른 쓰임새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대통령 선거는 국정을 책임지는 국가의 원수를 뽑는 행위이다. 따라서 대통령에게는 국가 운영을 책임질 만한 자질이 요구된다. 또한 정부 부처를 비롯한 여러 집단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아우를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국가는 매우 복잡다기한 구조물이므로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우리는 국가를 흔히 나라라고도 부른다. 국가와 나라, 이 둘 사이에 근본적 개념 차이는 거의 없다. 실제로 우리 일상에서 두 단어는 구별 없이 사용될 때가 많다. 그렇다면 국가와 나라는 완전히 같은 말일까? 먼저 국가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국가’와 ‘나라’는 ‘일정한 영토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로 구성되고, 주권에 의한 하나의 통치 조직을 가지고 있는 사회 집단’..

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 승부와 승패, 같은 듯 다른 쓰임새

눈과 얼음의 스포츠 축제인 동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올림픽은 참가 선수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전 세계인들 앞에서 선보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그들이 펼치는 뜨거운 승부와 엇갈린 승패는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승자의 숨길 수 없는 환호가 있는가 하면 패자의 쓰디쓴 눈물과 낙담이 있다. 이기고 지는 것이 분명한 스포츠 세계에서 올림픽만큼 참가 선수들의 희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승부와 승패, 이 두 단어는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서로 닮았다. 많은 이들이 실제로 ‘승부’와 ‘승패’를 일상에서 구분 없이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두 단어는 완전히 같은 말일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승부’는 ‘이김과 짐’으로, ‘승패’는 ‘승리와 패배를 아울러 이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