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탐구 11

우리말 탐구 - 바래면 안 되는 새해 소망, 올해는 이루어지길 바라!

요즘은 새해 안부 인사를 문자 메시지로 전하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일이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메시지를 쓰다 보면 손가락을 멈칫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 ‘새해에는 원하는 일이 모두 이루어지기를……바래? 바라?’ 많은 사람들이 ‘바래’를 써야 할지 ‘바라’를 써야 할지 헷갈려 한다. 생각대로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할 때 ‘바래’와 ‘바라’ 중 무엇을 써야 할까? ‘바래’의 기본형은 ‘바래다’이다. ‘바래다’는 ‘볕이나 습기를 받아 색이 변하다’, ‘볕에 쬐거나 약물을 써서 빛깔을 희게 하다’를 뜻하는 말로 ‘기대하다’라는 뜻은 없다. ‘바라’의 기본형인 ‘바라다’는 ‘생각이나 바람대로 어떤 일이나 상태가 이루어지거나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생각하다’를 뜻하는 말이다..

우리말 탐구 - 이 봄,‘피로 회복’해도 될까요?

봄이 되며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아침저녁의 기온 차와 춘곤증 등으로 몸이 나른해져 쉽게 피로감을 느끼곤 한다. 피로가 쌓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를 비롯한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기 쉽다. 그래서인지 방송 등에서 ‘피로 회복’에 좋다는 음식이나 약재 등에 대한 정보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이다. 그런데 따져 보면 ‘피로 회복’이란 말처럼 이상한 말도 없다. ‘피로’는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 힘듦, 또는 그런 상태’를 뜻하는 말이고, ‘회복’은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을 뜻하는 말이다. ‘피로 회복’이라는 표현을 뜻풀이대로 이해하자면 ‘지친 상태로 되돌린다’라는 뜻이 되기 때문에, ‘피로에서 벗어나 원기를 되찾는다’를 뜻하는 데에 ‘피로 회복’이라는 표현은 적절..

우리말 탐구 - 킬라우에아산 ‘폭파’? 누가 그랬대?

지난 5월, 미국 하와이 제도의 하와이섬 동남쪽 끝에 위치한 킬라우에아산이 폭발했다. 화산의 폭발로 뿜어져 나온 용암이 인근 주택가까지 흘러내려 거주민들이 긴급히 대피하는 일이 벌어지고, 진도 5.0 이상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계속되는 피해로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킬라우에아산은 화산 활동이 활발하여 화산 활동과 용암을 구경하려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화산이라고 하면 땅속에 있는 가스, 마그마 따위가 지각의 터진 틈을 통하여 지표로 분출하는 지점을 가리킨다. 이러한 장소에는 분출물들이 쌓여 생겨난 화산체나 폭발과 함몰로 인해 생기는 오목한 땅, 균열 따위가 생기는데 이러한 지각 구조들을 화산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백두산과 한라산과 역시 화산으로 분류되고 있다. ‘화..

우리말 탐구 - 귀하지 않아 귀찮아졌을까?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귀차니스트’라고 칭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귀차니스트는 ‘귀찮다’의 어간인 ‘귀찮-’에 ‘…을 행하는 사람’의 뜻을 더하는 영어 접미사 ‘-ist’가 더해진 말로, 만사를 귀찮게 여기는 현상이 습관화된 사람을 일컫는 신어이다. 과거에는 이겨 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던 ‘귀찮음’을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특성으로 여기고 있다. ‘귀찮음’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는 몇 년 전 카드 회사 광고에 등장했던 문구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이 문구는 인터넷에서 유행하던 것으로,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하며 유행이 되기도 했다. 귀찮음과 관련된 이 문구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은 분초를 다투어 가며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대신해 ‘귀찮다. 하기 싫다.’라고 당당하..

우리말 탐구 - 그저 매서운 추위?두 개의 뜻을 가진 ‘강추위’

‘여름이 더우면 겨울이 춥다.’는 속설이 있다. 올 여름에 불볕더위가 심했던 탓에 올 겨울에는 ‘강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강추위’라는 말을 두고 ‘심한 추위’만을 뜻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강추위’는 두 가지 뜻이 있는 동음이의어다. 일 음절 한자어 접사 ‘강(强)-’과 ‘추위’가 합해진 ‘강(强)추위’와 순우리말인 ‘강추위’는 소리와 모양은 같으나 그 뜻이 다르다. 많은 사람들이 ‘심한 추위’라는 뜻으로 쓰는 ‘강추위’는 접사 ‘강(强)-’이 쓰인 ‘강(强)추위’일까? ‘강추위’일까? 접사 ‘강(强)-’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매우 센, 호된’이라는 뜻을 더한다. ‘강(强)추위’는 ‘눈이 오고 매운바람이 부는 심한 추위’를 뜻하며, 다음과 같이 쓰인다 다..

우리말 탐구 - 징검다리를 건널 땐 먼저 밞아 보렴

황순원의 장편 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는 “왜 좀 더 멀리서 밞아가지고 무사히 뛰어 건너지를 못했을까.”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의 ‘밞아’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밟아’의 오자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위 구절에서의 ‘밞아’는 ‘밟아’를 표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기로 보기는 어렵다. ‘발을 들었다 놓으면서 어떤 대상 위에 대고 누르다.’ 혹은 ‘비유적으로 힘센 이가 힘 약한 이를 눌러 못살게 군다.’를 뜻하는 ‘밟다’는 위의 문장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문학 작품임을 고려하여 상징적으로 뜻을 이해해 보려 노력할 수도 있고, 앞뒤의 맥락을 미루어 파악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는 ‘밞아’를 이해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품을 들일 필요는 전혀 없다. ‘밞아’는 잘못 표기한 것이..

우리말 탐구 - 쓰는 한자는 같아도 뜻은 정반대! '일체'와 '일절'

우리말에는 같은 한자어라도 상황에 따라 음을 다르게 읽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一切’이다. 이 단어에서 한자 ‘切’에는 ‘모두 체’와 ‘끊을 절’이라는 각기 다른 뜻과 음이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일체’로 읽을 때도 있고 ‘일절’로 읽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일체(一切)’와 ‘일절(一切)’은 같은 한자를 쓰는 한자어이기에 헷갈리기 쉽지만, 그 뜻은 많이 달라 구별하여 사용해야 한다. ‘일절’과 ‘일체’를 혼동하여 쓴 대표적인 예로 ‘안주 일절’이라는 표현을 들 수 있다. 많은 음식점에서 ‘모든 안주를 모두 취급한다’는 뜻으로 ‘안주 일절’이란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일절’이라는 단어는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흔히 행위를 그치게 하거나 어떤 일을 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

우리말 탐구 - 피로는 '누적'되고 지식은 '축적'되는 이유

어느새 이틀 앞으로 다가온 2019학년도 대학 수학 능력 시험을 앞두고 수험생들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수험생들은 부족한 학습량을 채우기 위해 잠자는 시간을 줄이기도 한다. 한때 ‘사당오락(四當五落)’이라는 말이 수험생들에게 진리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다. ‘사당오락’은 하루 네 시간만 잠을 자면서 공부하면 대학 입학에 성공하고, 다섯 시간 이상 잠을 자면 대학 입학에 실패함을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사당오락’은 수험생들의 불안에 기댄 속설일 뿐, 사실이 아니다. 많은 수험생들이 공부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기 위해 커피나 각성제들을 먹으며 잠과의 전쟁을 벌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무리하게 잠을 줄이는 것이 학습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잠이 부족하면 피로가 누적되어 집중력..

우리말 탐구 - 습관이 무서워! 알면서도 쓰는 겹말

우리가 사용하는 말 중 ‘겹말’이라는 것이 있다. 겹말은 같은 뜻의 말이 겹쳐서 된 말을 뜻한다. 대부분의 겹말은 한자어나 외국어에 우리말을 덧붙인 표현을 습관적으로 쓰다가 굳어진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역전 앞’이 있다. ‘역전(驛前) 앞’은 ‘역의 앞쪽’을 뜻하는 ‘역전’에 ‘앞’이라는 단어가 붙어 ‘앞쪽’의 뜻이 두 번이나 나타나는 겹말이다. 현재 ‘역전’은 ‘역 앞’으로 순화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역전 앞’이라는 표현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죽 혁대’ 역시 ‘가죽으로 만든 띠’를 뜻하는 ‘혁대’와 재질인 ‘가죽’이 합쳐진 말로, ‘가죽’이라는 뜻이 중복된 겹말이다. ‘철교 다리’는 ‘철로 만든 다리’에 다시 ‘다리’를 더한 겹말이고, 거리 미관을 위해 길을 따라 줄지어 ..

우리말 탐구 - 곡식은 영글기도 하고 여물기도 한다

봄철 이상 저온과 여름철 폭염으로 농부들의 한숨이 잦았던 한 해였지만, 깊어 가는 가을 속 오곡백과는 그간의 고생을 씻어 주듯 알알이 여물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수확의 계절 가을에는 ‘과실이나 곡식 따위가 알이 들어 딴딴하게 잘 익다’를 뜻하는 ‘여물다’와 ‘영글다’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영글다’와 ‘여물다’는 옛말 ‘염글다’와 ‘여믈다’에 어원을 두고 있어, 어원적으로도 근거가 있으며 현실적으로도 널리 쓰여 모두 표준어로 인정받고 있다. 한때 ‘영글다’가 표준어로 인정받지 못했던 탓에 간혹 ‘영글다’를 ‘여물다’의 잘못된 표현으로 알고 있는 이도 있지만, ‘여물다’와 ‘영글다’는 복수 표준어다. 그래서 곡식이나 과실이 잘 익었다는 뜻으로 사용할 때는 둘 중 어느 것을 써도 상관없다. ‘알차게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