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표현 5

왜 ‘밤’이 아니라 ‘마롱’일까?

“근데 마롱이 무슨 맛이야?“ 편의점에서 빵을 고르던 중, 뒤에서 들려온 말입니다. 매대에는 ‘연세우유 마롱 생크림빵’이 있었습니다. 가을을 맞아 새롭게 나온 것이죠. 얼핏 보면 전에 없던 새로운 맛 같지만, 사실 이 빵은 ‘밤 크림빵’입니다. ‘마롱(marron)’이 불어로 ‘밤’이라는 뜻이거든요. 연세대 크림빵만이 아니라 다른 신상품에서도 밤맛은 ‘마롱 크림’이라는 단어로 표현됩니다. 스타벅스에서도 가을 한정으로 ‘마롱 헤이즐넛 라떼’를 냈고, 해태에서도 ‘마롱 크림맛 홈런볼’을 출시했습니다. ‘마롱’이라는 표현이 정착하면서 ‘밤맛’은 아예 죽은 말이 된 것처럼 보입니다. ​ (출처: 조선일보) (출처: 해태) 볶음밥은 ‘필라프’로, 감자튀김은 ‘후렌치 후라이’로 이미 우리말 표현이 있는 단어를 외국..

이해하기 어려운 정부·공공기관 누리집 속 외국어 표현

출처: 행정안전부 누리집 행정안전부는 2023년 「생활권 단위 로컬브랜딩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로 10곳의 지역을 선정하여, 살고 싶고 찾고 싶은 우리 동네 브랜딩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로컬브랜딩 활성화 지원사업’은 지역 고유 자원과 특색을 활용해, 생활권의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지역주민은 살고 싶고 관광객은 찾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사업을 말한다. ‘로컬브랜딩’은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어떤 회사나 제품 등에 정체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뜻하는 ‘브랜딩(branding)’을 결합하여 만든 단어인데, 이는 외국어 단어이기 때문에 한눈에 그 의미를 파악하기 어렵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누리집은 물론 언론에서도 해당 정책 사업과 관련된 글에서 항상 ‘로컬브랜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헤드라이너의 우리말 찾기

새말 모임에서 다듬을 말 목록을 받으면 일단 풀이를 보지 않고 외래 용어만 읽은 뒤 뜻을 가늠해 보곤 한다. 대중문화에 과문한 탓인지 이번에 다룰 ‘헤드라이너’(headliner)라는 단어를 보고는 공연문화와 관련된 표현이라고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신문 표제(headline)에 등장한 유명인사’ 혹은 ‘신문 표제 기사를 쓴 기자’ 정도를 떠올렸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절반만 맞았다. 위 두 개의 짐작 중 후자의 뜻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다듬을 말은 그 의미로 쓰인 게 아니었다. ‘행사나 공연 등에서 가장 기대되거나 주목받는 출연자, 또는 그 무리’를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보통 공연의 최고조에 등장해 무대를 장식하거나, 공연을 홍보할 때 가장 크게 부각되는 출연자, 혹은 출연진을 일컫는다. 영어..

무엇이든 ‘가져야’ 할까?

우리 신문들의 기사를 꼼꼼히 살펴보면, 영어식 표현이나 번역투 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숱한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우리말의 고유한 틀이 나날이 일그러지고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 가운데서도 “건전한 생각을 가진 정치인”이라든가, “소모임을 가졌다.”, “가진 사람들”처럼, ‘가지다’라는 말이 본뜻과는 다르게 매우 여러 곳에 쓰이고 있는 것이 눈에 뜨인다. 심지어는 “다섯 남매를 가진 가장”과 같은 표현까지도 보인다. 이때의 ‘가지다’는 모두 우리말에 알맞지 않게 쓰인 사례들이다. 우리말에서 ‘가지다’는 “손에 쥐거나 몸에 지니다”라는 뜻으로 써 온 낱말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인가를 ‘차지하다’는 뜻으로 이 말을 써 왔다. 그런데 요즘 서양문화가 우리 생활을 지배하면..

경기에 이겼을까, 경기를 이겼을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이는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44년 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폭염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올림픽 열기가 시들한 느낌이다. 하지만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끝까지 성원을 보내주고 싶다. 중국 여자 탁구 대표 팀이 결승전에서 독일을 이기자 여러 매체들에서 “중국이 독일에 퍼펙트로 이겼다.”라든지, “모든 경기에 이겼다.” 하고 보도를 했다. 그러나 이 말들은 일본식 말투로서 모두 우리 말법에는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우리말에서는 ‘이기다’라는 말을, “독일을 이겼다.”, “모든 경기를 이겼다.” 들처럼 사용한다. 그러니까 ‘무엇에 이기다’는 일본식 표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