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글 6

포트홀? 어닝쇼크? 알 수 없는 단어, 누구를 위한 보도인가요?

우리말글에 관한 관심은 한글날이나 특별한 행사의 경우 자부심을 느낄 정도로 크지만, 평소에는 잊고 살아가는 듯하다. 당장 누리소통망(SNS)만 봐도 외국어가 즐비하고, 멋지게 꾸민다는 핑계로 한글을 찾기 어려운 가게도 있다. 우리말글을 지키기 위해 한글문화연대를 포함해 많은 국어 단체가 노력하고 있지만,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져 영향력이 큰 방송계에는 우리말글 지키기에 적신호가 떴다. 각 방송에서 ‘우리말 겨루기’, ‘안녕 우리말’, ‘우리말 나들이’, ‘세종학당’ 등 프로그램으로 우리말·우리글 사용을 권장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정작 시민들이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뉴스에서 외국어를 사용하고 있다. 보도할 때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의사소통의 문제에 그칠 뿐만 아니라 국민이 권리를 제..

피로를 회복해도 괜찮나요?

잦은 야근과 밀린 업무 탓에 김 씨는 오늘도 피로에 시달린다. 피로를 확실히 풀어주기 위해선 쉬어야겠지만 그렇다고 일을 팽개칠 순 없다. 김 씨는 하는 수 없이 약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약사에게 “피로 회복제 주세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피로’를 ‘회복’해도 괜찮을까? 피로를 회복하면 김 씨는 더 힘들어지는 게 아닐까? 출처: 비즈워치 ‘피로’는 수면 부족, 과로로 정신이나 몸이 지쳐서 힘든 상태를 일컫는 말이다. 그리고 ‘회복’은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음’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즉 피로를 회복한다는 건 피로를 되찾는다는 뜻, 다시 피로해진다는 뜻이다. 우리가 회복해야 하는 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아무 탈 없이 튼튼한 상태, ‘건강’이다. 피로는 ‘회복’이 아니라 ..

나만 몰랐어? 한글문화연대의 꾸준하고 든든한 행보

지난 10월 2일 한글문화연대 누리집에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한글문화연대 주관하에 2009년부터 매년 개최되는 이 공모전은 올해로 벌써 15회를 맞이하였다. 한글문화연대가 우리말 보존을 위해 힘써온 대표적인 활동 사례다. 한글문화연대는 2000년에 창립되어, 우리말글을 아름답게 가꾸고 우리 말글살이의 잘못된 점을 바꿔왔다. 세계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잃어가는 우리 문화의 정체성을 찾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독창적인 한글문화를 일구고자 활동하는 시민단체이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한글날 공휴일 지정 운동', 외국어로 만들어진 공공언어를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꿔 쓰자는 '쉬운 말 운동' 등이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시민운동 외에도 관련 강좌를 열거나 공모전을 개최하여 우리말과 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있으..

길거리가 어지럽다

간판은 왜 달까? 비싼 돈을 들여 다는 것인 만큼 다는 효과를 기대할 것이다. 서울 시내 거리에 나가면 수많은 간판이 달려있다. 우리말글 문제를 떠나서 저 간판은 제구실을 하고 있을까? 상표를 다루는 변리사로서 길거리에 있는 간판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길거리에 ‘CHANEL’이라 적힌 간판이 있다. 이걸 어떻게 소리 낼까? 영어로 공부한 사람은 ‘채널’이라 읽을 텐데, 실제는 ‘샤넬’이라 한다. 프랑스 말이기 때문이다. ‘RAISON’이란 이름을 단 담배가 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는지 궁금하다. 내가 담배를 피울 때 ‘레이슨’ 달라고 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레종이라 부른단다. 담뱃갑 어디에도 담배 이름이 그렇다고 표기하지 않아 더더욱 고약하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여기가 한글을 쓰는 대한민국 서..

대선 ‘슈퍼위크’가 밝았다고?

2022년 3월의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예비 주자들의 대선 출마 선언이 잇따르면서 대선 시계도 빨라지고 있다. 와이티엔을 비롯한 언론들은 대선 주자들의 행보나 일정, 이들의 정책 공방을 코로나19 관련 속보와 함께 주요 뉴스로 다루고 있다. 그런데 최근 정치부 뉴스를 검색해 보면 언론들은 지난 6월 마지막 주를 이렇게 규정한다. 대선 슈퍼위크. “대선 슈퍼위크가 시작됐습니다.” “대선 주자들 총출동, 슈퍼위크 밝았다.” 실제로 6월 마지막 주에 대선 정국이 크게 출렁거렸다. 여당은 예비후보 등록 시작과 함께 일부 후보들이 단일화를 발표했고, 야권에서도 대선 출사표를 던지거나 현직을 사퇴하며 정계 진출을 준비하는 등 분주한 일정이 이어졌다. (물론 시간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어떤 주도 ‘슈퍼위..

비에 관한 우리말글

장마가 길어지면서, 집집마다 습기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요즘 내리는 비는 장맛비이다. ‘장마비’가 아니라 ‘장맛비’[장마삐]라고 해야 표준말이 된다. 옛날에는 장마를 ‘오란비’라고도 했지만, 요즘에는 이 ‘오란비’란 말이 ‘장맛비’에 거의 떠내려가 버려서 옛말로만 남고 말았다. 이제 이 달 하순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면 굵은 빗방울이 세차게 쏟아지는 날이 많아질텐데, 이처럼 “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를 ‘작달비’라고 한다. 작달비를 만나면 우산도 별 소용이 없게 된다. ‘작달비’와 정반대되는 비가, 가늘고 잘게 내리는 비를 가리키는 ‘잔비’이다. 잔비도 여러 날 내리게 되면 개울물을 누렇게 뒤덮는다. 개울가나 흙탕물이 지나간 자리에 앉은 검고 고운 진흙이 있는데, 이 흙을 ‘명개’라고 한다.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