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사람 3

찰나의 우리말 - 존댓말을 들으며 진짜 알아야 할 사실

박사를 마치고 처음 강단에 섰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의외로 강의 그 자체가 아니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출석을 부르는 일과 강의 전후에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강의를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출석을 부르려면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런데 다 큰 대학생들의 이름을 그냥 부르려니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름 뒤에 ‘씨’를 붙여 출석을 불렀다. ‘김네모 씨, 이세모 씨’ 이렇게 말이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몹시 어색해했다. 게다가 와르르 웃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양해를 구한 후에 이름을 부르는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도 몹시 어색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혼자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마치 혼..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말을 자주 들을 수 있는데,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주로 모임이나 행사에서 사회자가 귀빈을 청하는 말이기 때문에, 그 귀빈을 높이려는 의도로 이러한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나 ‘있다’를 ‘계시다’로 높이는 경우는 그 주어가 사람일 때에 한한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에서 ‘계시다’의 주어는 사람이 아니라 ‘말씀’인데, ‘말씀’ 자체가 높임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인사 말씀이 계시겠습니다.”는 “인사 말씀을 하시겠습니다.”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존칭과 관련해서, 직장 상사에 대해 그보다 더 윗사람에게 말할 때에, 많은 사람들이 곤란을 겪고 있다. 가령, 평사원이 부장에게 과장에 대하여 말할 때, “과장님 아직 안 오셨습니다.”가 옳은지, “과장님 아직 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