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를 마치고 처음 강단에 섰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의외로 강의 그 자체가 아니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출석을 부르는 일과 강의 전후에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강의를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출석을 부르려면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런데 다 큰 대학생들의 이름을 그냥 부르려니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름 뒤에 ‘씨’를 붙여 출석을 불렀다. ‘김네모 씨, 이세모 씨’ 이렇게 말이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몹시 어색해했다. 게다가 와르르 웃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양해를 구한 후에 이름을 부르는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도 몹시 어색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혼자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마치 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