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5

정겨운 토박이말과 문학의 향기, 통영 2편

통영 여행의 이튿날이 밝았다. 전날의 여운을 간직한 채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우리말의 발자취를 따라 부지런히 통영을 누볐다. 충렬사 계단에서 부르는 연가 서피랑 마을이 있는 명정동에는 충무공 이순신의 위패를 모신 충렬사도 있다.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져 있어 한번에 둘러보기 좋다. 이번 여행에서 충렬사에 들른 것은 충무공보다는 시인 백석의 흔적을 더듬어 보고 싶어서다. 충렬사 맞은편 길가에는 백석의 「통영2」 시비가 세워져 있다. 통영 출신이 아닌 시인의 시비로는 이것이 처음이다. 백석은 바로 이곳 충렬사 계단에 앉아 통영을 노래하는 시를 썼다. 더 정확히는 통영 출신인 그의 첫사랑을 그리워하며 쓴 시다. 백석이 친구의 결혼식에서 만난 18세 통영 아가씨 박경련에게 반해 몇 번이고 통영을 왔다가 만..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한국어 책에서 보는 한국의 삶

세상의 모든 것은 시간에 따라 변한다. 한국어 교실에서 가르치는 말도 세상과 삶의 변화에 따른다. 외국어를 배우는 목적이 의사소통에 있는 것인 만큼, 외국어 책에는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말들이 우선적으로 선정된다. 그러다 보면 ‘책’이 그 말을 쓰는 이들의 세상살이를 그대로 비추게 된다. 한 예로, 오래전 한국어 책에 나오던 ‘다방’이 ‘커피숍’으로 바뀌더니, 요즘에는 다시 ‘카페’로 바뀌어 있다. 젊은이들이 다방이라고 말하지 않게 된 어느 순간과 마찬가지로,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커피숍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방증한다. ‘빨리빨리 문화’로 대변되는 한국 사회는 변화가 크고 역동적인 사회라고 자타가 공인한다. 그러한 변화가 한국어 책에는 어떻게 그려져 있을까? 사강: 이 구내 서점에서 공책도 살 수 있..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친절한 '한국어 선생님'

영국에는 런던을 상징하는 2층 버스가 있다. 지금 저 멀리서 버스가 온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던 나는 버스를 탄다. 자, 이제 어디에 앉을 것인가? 잠시 마음을 정하고 자리에 앉자. 오늘은 ‘버스 자리와 성격’의 상관성을 확인한 한 조사 결과를 소개한다. 우선, 버스의 가장 앞에 앉았는가? 그렇다면 비교적 외향적인 편이다. 특히 버스 2층의 맨 앞자리를 선호한다면 리더의 기질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만약 뒷자리에 앉았다면 고독을 즐기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혹시 1층과 2층의 계단에 앉았다면 그는 스스로를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리고 버스의 여러 자리 중에서도 중간쯤을 선호하는 사람은 소통력이 큰 사람이라고 했다. 실제로 강의 중 대학생들에게 손을 들어보게 했는데, 대학생들..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그저 바라보면, 음…’. 이 가사를 읽는다면 동그란 초코과자와 함께 이미 노랫가락도 떠올리게 된다. 수십 년간 큰 인기를 지킨 비결이 그 초코과자의 특별함 때문인지, 국민적 공감을 이끌어 낸 ‘정’이라는 소재 덕분인지 한 가지로 단언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노래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 아는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저 바라보거나 마주보고 있으면 다 안다는 그 말은 진정 맞는 것일까? 단언컨대, 말하지 않는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을 정확히 알 방법은 없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근거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의사소통에서 맥락에 주로 기대는 한국 사회에서는 사람 사이의 ‘정’을 기반으로 교감한다. 때때로 ‘눈치에 따라 적절히 행동..

코리안 디아스포라, 수식어를 찾는 몸부림

코리안 디아스포라, 수식어를 찾는 몸부림 디아스포라들은 서로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언제 그리고 왜 한반도 밖으로 향했는지 각자의 이유가 다르고, 자신이 정착한 현지 국가의 정치 체제, 경제 상황, 민족 구성에 따라 자신을 인식하는 방법이 다르다. 하지만 한반도를 떠나면서부터 이민자 혹은 이민자 자녀, 소수자, 이방인이 되었던 그들의 경험은 비슷하다.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묻고, 자신의 수식어를 찾는 몸부림이 닮아 있다. 그래서 더욱 궁금해졌다. 그들과 나의 존재를 설명하는 여러 수식어들 중 '코리안'이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한반도 밖의 코리안 디아스포라들은 대한민국의 한국인들, 아니, 한반도 안의 모든 이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할까. - 전후석의《당신의 수식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