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말 6

(얼레빗 제5008호) ‘해외’가 아니라 ‘나라 밖’이라고 써야 해

미국, 중국, 프랑스같이 다른 나라를 말할 때 흔히 사람들은 ‘해외’라고 합니다.그러나 이는 일본말을 들여다 쓴 것입니다. 일본은 섬나라기 때문에 일본 밖은 무조건 바다 밖 곧 해외(海外)라고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녘(북녘)이 큰 뭍(대륙)과 붙어 있어서 나라 밖으로 나가는데 무조건 바다로만 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해외가 아니고 ‘나라 밖’이어야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잘못 쓰는 말로는 노랫말에 ‘동해바다’라고 돼 있는데 이는 ‘동쪽에 있는 바다 바다’라고 겹말을 쓰는 것입니다. 온 세상 으뜸글자라고 하는 한글을 창제한 한글날 578돌이 눈앞에 있지만 이렇게 버릇이 되어 잘못된 말인 줄 모르고 쓰는 대한민국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 일본은 ‘해외(海外)’여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나..

구름다리와 섬다리

우리말 ‘산봉우리, 산마루, 산줄기, 산비탈, 산자락, 산기슭’ 가운데 ‘산줄기’가 일본식 한자말 ‘산맥’으로 바뀌어 버렸다. 북한에서는 아직 ‘산줄기’라 한다. ‘백두대간’이라 할 때의 ‘대간’이나 ‘정맥, 지맥’ 들의 ‘간, 맥’이 다 ‘줄기’라는 말이다. ‘산맥’을 ‘산줄기’라고 살려 쓰면 남북한 언어의 차이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가 ‘육교’라고 부르는 것도 일본말이다. 이러한 형태의 다리를 중국에서는 ‘하늘다리’라 하고, 우리는 ‘구름다리’라고 한다. 일본말 ‘육교’는 ‘뭍에 있는 다리’이니 가장 좀스럽고, ‘하늘다리’는 지나친 과장이고, 우리말 ‘구름다리’가 알맞고 정겹다. 이름 짓는 방식에서도 민족성이 엿보인다. 이 말과 비슷한 경우로, 요즘 들어 ‘연륙교’라 부르는 다리가 있는데, 섬과 뭍 ..

읽기 좋은 글, 듣기 좋은 말 - 피하면 좋은 말, 번역 투

일제 강점기, 유학생이던 소설가에게는 한국말보다 일본말이 더 익숙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일본으로 가서 일본말로 공부하고 생활했으니 어떤 말을 하려 할 때 머릿속에 일본말 표현이 먼저 떠오른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소설을 써 나갈 때는 일본말로 떠오르는 생각을 한국말로 옮길 때가 더 많았으며, 오히려 적당한 한국말이 금방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는 유명한 작가의 고백은 충격적인 사실이다. 어디 그뿐이랴. 70년대 이후, 미국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유명 인사들이 남긴 글에는 걸러지지 않은 영어 번역 투가 넘쳐났다. 이전 세대가 그랬듯이 미국 유학생들은 영어 표현을 익숙하게 썼고 논문과 기사 등 공식적인 글에 학식을 자랑하듯 영어 번역 투를 남겼다. 흔히 신문과 교과서에 실린 글을 두고 학생들에..

기라성과 비까번쩍

일상에선 잘 쓰이지 않지만 신문기사나 기고문 따위에서 ‘기라성’이란 말이 자주 눈에 띈다. ‘기라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이라 해놓고, “신분이 높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비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 말은 일본말이다. ‘きらきら’[기라기라]라는 일본말이 있는데 우리말로는 ‘반짝반짝’으로 옮길 수 있다. 이 ‘기라기라’에서 생긴 일본말이 ‘기라보시’이다. 한자 ‘별 성(星)’ 자가 일본말로는 ‘ほし’[호시]이기 때문에, ‘반짝이는 별’을 ‘기라보시’라고 한다. 이 말을 우리가 별 생각 없이 ‘기라성’이라고 옮겨 쓰고 있는 것이다. ‘쟁쟁한’, ‘내로라하는’ 우리말로 바꾸어 써야 하지 않을까? 일상에서는 ‘반짝반짝’을 ‘비까번쩍’, ‘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