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식 말투 3

장마철에 자주 쓰이는 우리말들

장맛비가 내리고 있다. 비와 함께 날씨가 좀 시원해졌는데, 흔히 우리는 날씨를 ‘기상’이라고 하고, 때에 따라 ‘기후’라고도 한다. 기상과 기후는 비슷하게 생각되지만 뜻과 쓰임이 다른 말이다. 기상은 우리말 날씨에 해당하는 한자말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거나, 햇살이 쨍쨍한 등의 그날그날의 날씨 상태를 기상이라고 한다. 이와 달리 ‘기후’라고 하면, 날마다의 기상 변화를 장기간에 걸쳐 평균을 낸 값을 나타내는 말이다. 보통 30년 단위의 평균 날씨를 기후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하며 여름에는 고온다습하고, 겨울철에는 한랭건조하다는 표현은 ‘기후’를 설명한 것이고, 오늘은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내리고 무덥겠다고 하면 그건 ‘기상’ 곧 날씨를 설명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상..

경기에 이겼을까, 경기를 이겼을까?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이번 올림픽 단체 구기 종목에서 메달을 따지 못했는데, 이는 1972년 뮌헨 올림픽 이후 44년 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아니면 폭염 때문인지 여느 때보다 올림픽 열기가 시들한 느낌이다. 하지만 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해 뛰고 있는 우리 선수들에게 끝까지 성원을 보내주고 싶다. 중국 여자 탁구 대표 팀이 결승전에서 독일을 이기자 여러 매체들에서 “중국이 독일에 퍼펙트로 이겼다.”라든지, “모든 경기에 이겼다.” 하고 보도를 했다. 그러나 이 말들은 일본식 말투로서 모두 우리 말법에는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우리말에서는 ‘이기다’라는 말을, “독일을 이겼다.”, “모든 경기를 이겼다.” 들처럼 사용한다. 그러니까 ‘무엇에 이기다’는 일본식 표현이..

공문서의 ‘필히’와 ‘본’

우리나라 공문서에는 아직까지도 외국어투 문장이나 이른바 ‘공문서투’라 불리는 불필요한 표현이 많이 쓰이고 있다. 가장 흔한 예가 일제 때의 낡은 버릇이 남아 있는 표현들이다. 예를 들어, 공문서에서는 “필히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와 같은 표현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때의 ‘필히’라는 말은 일본에서 ‘必ず’(かならず)라고 쓰는 것을 한자음 그대로 ‘필히’라고 읽어버린 것이다. 이는 우리말 ‘반드시’, ‘꼭’ 들과 같은 뜻이므로, 공문서에서도 “반드시 참석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로 써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도 “꼭 와야 해.”라고 하지 “필히 와야 해.”라고 하지는 않는다. 일제 때의 버릇 가운데, “본 공문으로 대신함”, “본 상품의 결함” 들처럼, ‘본’이라는 말을 남용하는 사례도 아주 흔하다.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