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14

(얼레빗 제5023호) 입동, 사람 아닌 것들의 안부 궁금할 때

입 동                        - 이덕규      곡식 한 톨이라도     축내면 그만큼     사람이 굶는다      가을걷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빈손으로 떠난      오직 사람 아닌     것들의 안부가 궁금하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열아홉째 절기 입동(立冬)으로 이날부터 '겨울(冬)에 들어섭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따르면 10월부터 정월까지의 풍속으로 궁궐 내의원(內醫院)에서는 임금에게 우유를 만들어 바치고, 기로소(耆老所)에서도 나이 많은 신하들에게 우유를 마시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임금이나 나이 많은 벼슬아치들에게 우유를 주었다고 하는데 이제 임금이 아니어도 우유를 맘껏 마실 수 있는 우리는 행복한 처지일 것입니다. ▲ 입동에는 오직 사람..

(얼레빗 제4977호) 입추 때 닷새 이상 비 오면 기청제 지내

오늘은 24절기의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입추는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인데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합니다. 입추 무렵은 벼가 한창 익어가는 때여서 조선시대에는 이때 비가 닷새 이상 계속되면 비를 멈추게 해달라는 ‘기청제(祈晴祭’)를 올렸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동안은 성안으로 통하는 물길을 막고, 성안의 모든 샘물을 덮습니다. 그리고 모든 성안 사람은 물을 써서는 안 되며, 소변을 보아서도 안 된다고 했지요.  그뿐만이 아니라 비를 섭섭하게 하는 모든 행위는 금지됩니다. 심지어 성교까지도 비를 섭섭하게 한다 해서 기청제 지내는 전날 밤에는 부부가 각방을 써야 했습니다. 그리고 양방(陽方)인 남문(南門)을 열고 음방(陰方)인 북문은 닫으며, 이날 음(陰)인 부녀자..

(얼레빗 제4877호) 내일은 입동, 이때 가장 큰일은 김장하기

내일은 24절기의 열아홉 번째인 입동(立冬)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드는 때지요. 이때쯤이면 가을걷이도 끝나 바쁜 일손을 놓고 한숨 돌리고 싶지만, 곧바로 닥쳐올 겨울 채비 때문에 또 바빠집니다. 입동 앞뒤로 가장 큰일은 역시 김장인데 예전 겨울 반찬은 김치가 전부일 정도여서 ‘김장하기’는 우리 겨레의 주요 행사였습니다. 이때쯤 시골에서는 아낙들 여럿이 우물가에서 김장용 배추를 씻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지요. 잘 담근 김치는 항아리를 땅에 묻어두고 위에는 얼지 않게 볏짚으로 작은 집을 만들어 보관했는데 여기서 꺼낸 김치의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 해마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는 “서울김장문화제”가 열린다. 입동 때는 김장 말고도 무말랭이나 시래기 말리기, 곶감 만들기, 땔감으..

(얼레빗 제4842호) 오늘 입추, 관리에게 하루 휴가를 줘

“五六월 또약볕에 살을 찌는 한 더위로 뭇인간은 어쩔 줄을 모르고 허덕이더니 오늘이 립추(立秋), 제 그러케 심하던 더위도 이제부터는 한거름 두거름 물러가게 되엇다. 언덕우 밤나무가지와 행길옆 느티나무위에선 가을을 노래하는 매암이 소래도 차(寒)가고 아침저녁 풀숲에는 이슬이 톡톡하게 나려 인제 먼 마을 아낙네의 옷 다듬는 소리도 들려올것이요. 삼가촌(三家村) 서당아해들의 글읽는 소리도 랑낭히 들려올 때다. (가운데 줄임) 오늘 아침쯤 그 어느집 우물가에 오동잎새가 떨어젓는지 정히 궁금하다." 위는 동아일보 1938년 8월 9일 “지하의 궁음(窮陰)이 나와 염제(炎帝,무더위)를 쫓는다” 기사 일부인데 마지막 단락의 “어느집 우물가에 오동잎새가 떨어지는지 궁금하다”라는 말이 참 정겹습니다. 아직 불볕더위가 ..

(얼레빗 4464호) 내일은 입동(立冬), 겨울 채비에 발 동동 굴러

“쌀쌀한 바람이 때때로 불며 누른 잎새가 우수수하고 떨어지든 가을철도 거의 다 지내가고 새빨갓케 언 손으로 두 귀를 가리고 종종 거름을 칠 겨울도 몃날이 못되야 또다시 오게 되얏다. 따듯한 온돌 안에서 쪽각 유리를 무친 미닫이에 올골을 대이고 소리 업시 날리는 백설을 구경할 때가 머지 아니하야 요사이는 길가나 공동수도에 모히어 살림이야기를 하는 녀인네 사이에는 ‘우리 집에는 이때까지 솜 한 가지를 못 피어 놓았는데 이를 엇지해….’ 하며 오나가나 겨울준비에 분망하게 되었다.” 위는 라는 제목의 1922년 11월 6일 치 동아일보 기사 일부로 당시의 입동 무렵 분위기를 잘 묘사해 놓았습니다. 내일은 24절기의 열아홉째인 입동(立冬)으로 겨울에 드는 때입니다. 이때쯤이면 곧바로 닥쳐올 겨울 채비 때문에 아낙..

(얼레빗 4400호) 오늘은 입추, 큰비가 계속되면 기청제를

오늘은 24절기 중 열셋째 ‘입추(立秋)’입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절후로 이날부터 입동(立冬) 전까지를 가을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입추면 가을이 들어서는 때인데 이후 말복이 들어 있어 불볕더위는 아직 그대로입니다. 우리 조상은 왜 입추를 말복 전에 오게 했을까요? 주역에서 보면 남자라고 해서 양기만을, 여자라고 해서 음기만 가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모든 것은 조금씩 중첩되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계절도 마찬가지이지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려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야 하고, 이 역할을 입추와 말복이 하는 것입니다. 또 여름에서 갑자기 가을로 넘어가면 사람이 감당할 수가 없기에 미리 예방주사를 놓아주는 것이겠지요. "근일 비가 계속 내려 거의 10일이 되어 간다. 지난밤부..

(얼레빗 4289호) 오늘은 경칩, 기지개 켜는 때

개구리가 칩거 생활에서 풀려나며 파안대소하네 반기룡 시인의 “경칩”이라는 제목의 시입니다. 오늘은 24절기 가운데 셋째 ‘경칩(驚蟄)’이지요. 원래 이름은 중국 역사서 《한서(漢書)》에 열 계(啓) 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 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했었는데 뒤에 한..

(얼레빗 4204호) 오늘 입동, 이웃집과 시루떡 나누어 먹는 날

“찬 서리 / 나무 끝을 나는 까치를 위해 / 홍시 하나 남겨둘 줄 아는 / 조선의 마음이여” 김남주 시인은 <옛 마을을 지나며>라는 시에서 이즈음의 정경을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바로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는 손짓이지요. 오늘은 24절기의 열아홉째 ‘입동(立冬)’, 무서리 내리고 마..

11월 10일 - 계절마다 새 불을 쓰면 음양의 기운이 순조롭습니다

“역질을 쫓기 위하여 포(砲)를 쏘는 것은 귀신을 쫓는 것이니, 어찌 설에만 할 것인가. 사시(四時) 개화(改化) 할 때에도 아울러 행하는 것이 무방할 것이다. 역질을 쫓는 사람의 옷색은 푸르게, 여름에는 붉게, 가을에는 희게, 겨울에는 검게 절후에 따라 바꿔 입게 하되, 세시에는 네 가..

11월 9일 - 치계미는 노인을 공경하는 아름다운 풍속입니다

입동(立冬)은 김장과 함께 해야 할 중요한 일로 보리파종이 있습니다. 1921년 11월 8일 <동아일보>에는 입동 준비로 서둘러야 할 중요한 일을 말하는데 그 첫째가 보리파종입니다. 보리는 입동 전에 씨를 뿌려야 수확이 많으며 "입동 전 보리씨에 흙먼지만 날려주소"라는 속담이 전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