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코사니 3

단어의 사연들 - 백우진

“왜 한국어에만 ‘억울하다’가 있을까?” 어떤 사회에 있는데 다른 사회에는 없는 단어가 있다. 예를 들어 한국인들이 목욕탕에서 미는 ‘때’에 해당하는 한 단어가 영어에는 없다. 영어로 때를 표현하려면 ‘dirt and dead skin cell’이라는 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렇다고 영어권 사회 사람들의 몸에 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때를 미는 문화가 없을 뿐이다. 그렇다면 한국 사회는 사람들을 억울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경우가 다른 문화권보다 더 자주 발생하는 걸까? 비트겐슈타인은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언어는 세계를 반영하는 동시에 세계를 사유하는 수단이 된다. 어휘가 풍부하다는 것은 세계를 보는 시선이 넓다는 뜻이며, 단어를 명징하게 사용한다는 것은 사물을 예리하게 분별한다는 뜻이다..

‘얄라차’, ‘개치네쒜’ - 재미있는 감탄사

입을 벌리고 거리낌 없이 크게 웃는 소리인 ‘하하’, 아프거나 힘들거나 원통하거나 기막힐 때 내는 소리인 ‘아이고’ 외에도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감탄사는 많다. ‘쉿’, ‘이봐’, ‘자’처럼 듣는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는 말이나, ‘네’, ‘아니요’, ‘글쎄’와 같이 상대방의 말에 반응하는 말들도 감탄사다. ‘저런’, ‘아니’처럼 원래 감탄사가 아니었던 것이 감탄사로 바뀐 말들까지 있으니 감탄사의 종류와 쓰임은 참 다양하다. 감탄사는 말하는 이의 본능적인 놀람이나 느낌, 부름, 응답 따위를 나타내는 말의 부류를 뜻하는 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감탄사는 약 880여 개다. 이 중 대부분은 일상에서 한번쯤 쓰거나 들어 봤을 만한 익숙한 어휘지만, 더러는 이게 정말 우리말인가 싶은 낯선 어휘들도 있다. 언..

에라, 잘코사니다

올해는 양띠 해라고 한다. 한평생 가족, 이웃, 친구들과 더불어 사는 양은 그 생김새만큼이나 순하고 어진 동물로 알려져 있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도 이들과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새 마음으로 새 결심을 하는 이맘때가 되면, 지난 한 해 동안 만나왔던 사람들과의 관계도 되돌아보게 되는 듯하다.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대개는 사람에 대한 미움과 짜증이다. 우리 주위에는 정서적인 긴장을 주고 짜증을 일으키는 미운 사람이 있다. 이런 미운 사람이 불행을 당하면 고소한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이때 쓰는 말이 ‘잘코사니’라는 말이다. “잘난 척 하더니 에라, 잘코사니다.”처럼, ‘잘코사니’는 미운 사람의 불행을 고소하게 여길 때 쓰는 순 우리말이다. 하지만 잘코사니 여긴다고 해서 상대방에 대한 미움과 짜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