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우리 속담 7

재미있는 우리 속담 - 이웃집 무당 영험한 줄 모른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갑자기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가 있습니다. 아이를 대신 돌봐 줄 사람을 미리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갑자기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 놓고 나가야 할 때가 있기 마련이지요. 이런 때 아이를 맡아 주겠노라며 선뜻 손을 내밀어 주는 이웃은 멀리 떨어져 사는 피붙이보다도 더 반갑고 고맙기만 합니다. 그러니 ‘먼 사촌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는 말이 전해 내려오는 것이겠지요.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고 살아가던 사람도 아이를 낳고 난 후 이웃과 관계를 만들어 가기 시작하게 됩니다. 아이의 손을 잡고 아파트 승강기를 타거나 아이의 자전거를 밀어 주며 문밖을 나서는 순간 아이 부모인 ‘나’는 몰라도 ‘아이’는 알아보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서너 살이 되어 동네 구석구석 삽살개처럼 돌아다니기..

재미있는 우리 속담 - 까마귀 열두 번 울어도 까욱 소리뿐이다

5세기경 신라 임금 비처왕이 남산 그늘 아래 길을 거닐다가 어느 정자 근처에서 울고 있는 까마귀와 쥐를 만났습니다. 쥐가 말하기를 까마귀가 가리키는 길을 따라가 보라 했지요. 기이한 일인지라 왕은 쥐가 시키는 대로 하였습니다. 왕이 까마귀가 이끄는 곳에 이르러 만난 것은 서로 싸우고 있는 돼지 두 마리였습니다. 그 장면을 보다가 까마귀 간 곳을 놓치고 말았는데 갑자기 못에서 한 늙은이가 나와 왕에게 글이 적힌 종잇조각을 하나 내밀었지요. 그 글 겉봉에, ‘이 글을 열어 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어 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을 것이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습니다. 왕이 두 사람이 죽기보다는 한 사람이 죽는 것이 낫다 여겨 글을 열어 보지 않으려 했으나 옆에서 나랏일에 관한 것들을 앞서 예견하는 일관日官이 죽..

재미있는 우리 속담 - 장 단 집에 가도 말 단 집엔 가지 마라

엊그제 집에 돌아가는 길에 구수한 냄새가 제 발길을 붙잡았습니다. 어느 집에선가 메주를 쑤는구나 생각하니 갑자기 속이 뜨거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추억을 불러오는 데 후각만큼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바람결에 살짝 코끝을 스치는 흐릿한 냄새 하나만으로도 마음 깊숙한 곳에 묻어 두었던 기억까지 단 한 번에 ‘훅’ 하고 올라오곤 합니다. 식구가 많았던 어린 시절엔 이때쯤 온 가족이 달려들어 메주를 만들었습니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부터 일손을 거들었던 것 같습니다. 절구에 삶을 콩을 찧고 제 손으로 직접 메주를 빚어 나르던 장면이 어제 일처럼 떠오릅니다. 메주를 빚고 얼마 지나지 않은 때 고추장을 만들곤 했지요. 간장과 된..

재미있는 우리 속담 - 제 언치 뜯는 말

교사들에게 학교 폭력에 대해 강의를 하는 한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경험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신청자가 없어 취소될 뻔한 강의가 있었는데 막상 강의실에 가 보니 수십 명의 교사들이 화난 얼굴로 앉아 있었다고 합니다. 사정을 짐작한 이 선생님이 "여러분들, 누구한테 화를 내고 오셨습니까?"라고 묻자 모두들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않았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갑자기 강의에 참석하라고 지시한 교장, 학교에 이런 요청을 한 장학사, 비현실적으로 강의 일정을 잡은 교육청 담당자 등 그 누구에게도 화를 내지 못한 거지요. 그때 이 선생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의 그 화가 모두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게 바로 학교 폭력입니다." 우리 속담에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 가서 눈 흘긴다'는 말이 있습니다. '서울서..

재미있는 우리 속담 - 놀란 토끼 벼랑바위 쳐다보듯

속담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를 켜켜이 쌓아 온 지층의 단면을 보여 주는 말입니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대로 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노래나 판소리에 속담이 슬쩍 끼어들기도 하고 노래나 판소리의 한 구절이 속담으로 다시 전승되기도 합니다. 이름난 소설이나 널리 알려진 이야기의 내용은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처럼 공유하는 사람살이의 한 장면을 대변합니다. 예를 들어 춘향이네 집의 속사정이나 심 봉사의 기구한 사연을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이 직접 겪은 일인 양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하곤 하지요. 밥 얻으러 온 동생에게 밥풀 묻은 주걱이나 날리는 놀부의 심보에 같이 분개하기도 하고 춘향이가 보고 싶어 애타는 이 도령의 심정을 자신의 일처럼 애닳아하기도 합..

재미있는 우리 속담 -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속담은 사람들이 살면서 경험적으로 인식하는 내용을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과정을 통해 갈무리된, 공동체적 지혜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들의 입을 통해 연행되거나 전승되는 모든 종류의 텍스트에 속담이 쉽게 끼어 들어 가곤 합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판소리’가 있지요. 판소리는 양반가의 사랑방에서 향유되기도 하고 라디오나 레코드판에 실려 전승되기도 했지만, 연행과 전승의 핵심은 거리의 판놀음에 있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숱한 말과 노래와 이야기들이 광대들의 사설 엮음을 통해 판소리로 흘러들기도 하고 판소리의 유명한 대목이나 흥미로운 표현이 사람들의 입을 통해 다시 시정의 일상 문화 속으로 스며들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판소리에는 일상적인 말의 문화가 남긴 흔적으로서, 다..

재미있는 우리 속담 - 소뿔도 각각 염주도 몫몫

속담俗談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는 구술 전승 문화의 하나이기에, 구전 이야기나 민요, 판소리, 민속 등과의 상호 교섭이 활발한 편입니다. 이야기나 민요, 판소리 등에 속담이 끼어 들어간 예도 많고 이야기나 민요 사설에서 속담이 만들어진 예도 많지요. 특히 여성들이 즐겨 부르는 민요에 재미난 속담이 들어간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달에 살펴본 “시아버지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동지섣달 맨발 벗고 물 길을 때 생각난다”라는 속담과 “시어머니 죽으라고 축수했더니 보리방아 물 부어 놓고 생각난다”라는 속담이 생각나시는지요? 이들 속담은 경북 지역에서 전승되는 여성 민요에 유래를 둔 옛말입니다. 영덕 지방에서 전승되는 아라리조의 민요 사설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습니다. 시아버님 죽으라꼬 축수를 했디 포도자리 떨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