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채기 4

부딪힐 때와 부딪칠 때

복잡한 지하철을 타게 되면 손의 위치에 신경을 쓰게 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자칫 성추행의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며 사는 세상이라지만, 절대로 부대끼면 안 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손의 위치보다도 간간이 나오는 잔기침이나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인한 재채기가 더욱 신경 쓰인다. 메르스는 마침내 사람과 사람 사이를 2미터 밖으로 떨어트렸다. 2미터 접근도 용납 않는 이 살벌한 시국에, 지하철에서 내리고 타는 사람끼리 부딪게 되는 참사가 벌어졌다고 하자. 이럴 경우에는 ‘부딪힐’ 때와 ‘부딪칠’ 때가 있을 수 있다. 부딪힌 경우에는 서로 사과하며 지나쳐 가야지, 시비를 일으킬 일이 아니다. 둘 다 의도하지 않게 부딪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군가..

(얼레빗 4668호) 조선시대에도 ‘전염병 예방 규칙’ 있었다.

“뜻밖에 유행의 괴질(怪疾)이 천리의 바다 밖에까지 넘어가 마을에서 마을로 전염되어 마치 불이 들판을 태우듯이 한 바람에 3읍(三邑)의 사망자가 거의 수천 명에 이르렀다고 하니, 아! 이게 무슨 재앙이란 말인가? 예로부터 너희들의 고장은 남극성이 비쳐 사람들이 질병이 적다고 하는데, 이번 재앙이 한결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이는 진실로 내가 덕이 없어 상서로운 기운을 이끌어 먼 곳까지 널리 감싸주지 못한 소치이므로, 두렵고 놀라워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이는 《순조실록》 25권, 순조 22년(1822년) 10월 19일 기록으로 멀리 제주도에 돌림병이 돌아 세 읍에서 죽은 사람이 수천 명이라는 소식을 듣고 임금이 탄식하는 내용입니다. 지금이야 비행기로 연결되어 뭍의 돌림병이 순식간에 제주도에도 퍼지..

개치네쒜

출퇴근길에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가장 두려운 것은 재채기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철이 바뀔 때마다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동안은 그저 민망할 뿐이었던 재채기가 코로나19 사태를 당하여 공포로 다가왔다. 좁은 찻간에서 코나 목구멍이 근질거리기 시작하면 식은땀이 난다. 마스크가 얼마간 공포의 방패 구실을 해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말에서 재채기 소리를 나타내는 소리시늉말은 흔히 ‘에취’로 쓰인다. 옛날에도 역시 재채기는 민망한 생리 현상이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감기 걸릴 기미를 나타내기도 했으므로, 슬기로운 우리 한아비들은 재채기 뒤에 민망함을 덮고 감기를 내쫓으려는 느낌씨를 덧붙였다. 그게 바로 ‘개치네쒜’이다. “에취, 개치네쒜! 이놈의 감기 제발 좀 달아나라.” 하고 ..

(얼레빗 4283호) 조선시대 피해가 컸던 돌림병 대처법

"얼음이 얼어붙는 추운 날에 거동하면 몸을 상하게 할 염려가 이미 적지 않고, 더군다나 지금은 전염병이 갈수록 심해지니, 모시고 따라가는 문무백관들이 모두 재소(齋所, 제사 지내는 곳)에서 밤을 지낼 수가 없고, 빽빽하게 따르는 군졸들 또한 어찌 모두가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