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 4

한국어 교육, 그리고 우리 - 바탕이 되는 말, 그 이름 모어

자기 나라의 말을 ‘모어(母語)’라고 한다. 이 말은 주로 외국에 나가 있을 때 자기 말을 이르는 것이다. 모어와 모국어는 같은 말일까? 한국말을 모어로 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이 둘은 비슷한 말이다. 그러나 한 국가가 여러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 모어란 곧 자기 민족의 말이다. 이러할 때 모어와 모국어는 다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모어란 그저 외국어에 대비되는 말이 아니란 점이다. 모어의 가장 기본적 의미는 자라면서 배운, ‘바탕이 되는 말’이다. 그러면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자라나면서 배운 말이란 어떠한 것인가? 잠시 모어의 뜻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글이 하나 있다. 1932년, 일본인이 한국말을 배우던 책 의 한 면을 펼쳐 보자. 제34일 차, 배울 내용은 ‘교육’에 관한 것이다. 두 사람..

100년 전 우리말 풍경 - 조선 사람은 조선말을 얼마나 아는가?

“조선 사람은 조선말을 얼마나 아는가?” 이는 1932년 5월 1일에 발행된 조선어학회의 기관지 『한글』제1권 제2호에 실린 외솔 최현배의 글 제목이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글에서 외솔은 조선 사람이 조선말을 제대로 모른다는 점을 지적하였는데, 모르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하였다. 어느 나라의 사람이든 그 나라의 말을 다 아는 것이 아님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당시의 조선 청년들은 조선말은 다 아는 것처럼 생각하여 더 알려고 하지 않고 외국어 공부에만 힘을 쏟고 있다는 것이다. ▲ 『한글』제1권 제2호(1932. 5. 1.) 목차 외솔은 그 단적인 예로 그해 봄에 최초로 치러진 연희전문학교* 문과 입학시험 조선어 과목의 채점 결과를 제시하였다. 지원자..

한국어·조선어 중 어떻게 불러야할지 헷갈리는 일본인들

교보문고라든지 영풍문고 같은 오프라인 서점엘 가면 외국어 코너가 있어서 다양한 학습 교재를 고를 수 있다.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영어일 것이다. 그 다음은? 글쎄다. 일본어나 중국어? 아무래도 이웃나라인 이 두 나라 언어가 2,3위 자리를 다툼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어떠할까? 9월 6일치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서점에서 1위는 영어이고 그 다음이 ‘한국 · 조선어’ 코너라고 한다. 중국어가 아니라 ‘한국 · 조선어’ 라는 사실이 흥미롭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한국어면 한국어지 ‘한국 · 조선어’는 뭐야? 라고 의아스럽게 생각할 독자들이 있을 것 같아 부연 설명을 하겠다. 안타깝게도 남과 북이 분단되어 남쪽은 국호가 대한민국이고, 북한은 국호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다. 이러한..

조선에서 교사를 한 일본인의 황민화교육 반성

“그날은 조선이 광복을 맞이한 뒤였다. 때마침 방학 중이었는데 학교로부터 교직원들을 긴급 소집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학교로 달려가니 운동장 한켠에 큰 구덩이가 파여 있었다. 학교측에서는 나를 포함한 교사들에게 수업용으로 쓰던 각종 교재와 서적류, 공문서 등을 닥치는 대로 가지고 나와서 구덩이에 던져 넣으라고 했다. 경황 없이 주섬주섬 가져가 구덩이에 넣자 이내 불을 붙였다. 종이 서류들이 파지직 소리를 내며 타기 시작했다. 구덩이에 던져진 물건 중에는 나무로 만든 가미다나(神棚: 일본의 가정이나 관공서, 상점 등에 꾸며 놓고 날마다 참배하는 작은 제단)도 있었다.” - 스기야마 도미 씨의 《식민지 조선에 살면서(植民地朝鮮に生きて)》 가운데서- 조선에서 태어나 19살부터 대구달성공립국민학교 교사로 5년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