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댓말 6

대학교 한국어 교재 파헤치기, -고려대, 중앙대 한국어 교재를 바탕으로-

외국인의 한국어 학습에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는 교재다. 한국에 대한 관심으로부터 비롯한 자발적인 배움부터 한국어능력시험, 한글능력검정시험과 같은 공식 어학시험을 준비하기 위한 공부까지, 한국어 학습은 교재를 바탕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재 자체도 중요하지만 교재의 구성과 내용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학습 수준과 목표에 맞는 교재를 선택해 공부해야 보다 효율적으로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여러 대학에서 직접 자교만의 한국어 교재를 제작하는 요인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모든 대학교에서 교재를 제작하는 것은 아니나, 한국어 교재를 직접 만드는 경우 이를 교환학생과 외국인 재학생들의 한국어 수업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미 제작된 시중의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대..

찰나의 우리말 - 존댓말을 들으며 진짜 알아야 할 사실

박사를 마치고 처음 강단에 섰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의외로 강의 그 자체가 아니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출석을 부르는 일과 강의 전후에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강의를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출석을 부르려면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런데 다 큰 대학생들의 이름을 그냥 부르려니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름 뒤에 ‘씨’를 붙여 출석을 불렀다. ‘김네모 씨, 이세모 씨’ 이렇게 말이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몹시 어색해했다. 게다가 와르르 웃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양해를 구한 후에 이름을 부르는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도 몹시 어색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혼자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마치 혼..

찰나의 우리말 - '당신'은 '너'의 높임말 아닌가요?

하루는 길을 가다가 우연히 공대 교수님을 만났다. 그 교수님은 반색을 하며 인사를 한다. 그러지 않아도 여쭤볼 게 있어서 전화를 드리려던 참이라고 했다. 한 외국인 학생이 한국어와 관련한 질문을 했는데 답을 하기가 좀 궁색해서 얼버무렸다며 말이다. 학생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이 질문을 듣고 그 공대 교수님은 당황했다고 한다. ‘당신’이라는 말이 분명 ‘너’보다는 상대를 높이는 말인 것은 분명한데, 학생이 자신에게 ‘당신’이라고 한다면 부적절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왜 부적절한지 그 이유를 설명해 줄 수가 없어서 그냥 얼버무렸다는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에게서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는 일이 잦다.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

언어의 숨겨진 힘 - 당신은 어떻게 말하고 계십니까?

언어가 사고를 지배한다? 언어 능력과 어휘력은 서로 비례 관계이다. 언어 능력이란 곧 모어의 어휘를 적재적소에 활용하여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휘력은 비단 우리가 말을 구사할 때나 글쓰기를 할 때에만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여러 학자들 사이에서는 “언어가 사고를 지배하는가, 사고가 언어를 지배하는가?”라는 질문을 둘러싼 논쟁이 이루어져 왔는데, 이는 어휘력과 사고력이 완전히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어휘를 1천 개 알고 있는 사람보다 1만 개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유연하고 다채롭게 사고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휘력이 향상될수록 우리의 사고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