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이다 3

김수업의 우리말은 서럽다 35, 우리 토박이말의 속뜻 - ‘삶다’와 ‘찌다’

사람은 불을 찾고 만들어 다스리면서 삶의 길을 가장 크게 뛰어올랐다. 겨울의 추위를 물리치고 밤의 어두움을 몰아내면서 삶은 날로 새로워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날것으로 먹을 수밖에 없던 먹거리를 굽거나 삶아서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삶의 길을 뛰어오르는 지렛대의 하나였다. 굽는 것은 먹거리 감을 불에다 바로 익히는 노릇이고, 삶는 것은 먹거리 감을 물에 넣어서 익히는 노릇이다. ‘삶다’는 물에 먹거리 감을 넣고 푹 익히는 것이다. 감자나 고구마, 토란이나 우엉같이 단단한 뿌리 남새(채소)라면 삶아서 먹는 것이 제격이다. 그러나 단단하지 않은 것이라도 날것으로는 먹기 어려운 것들, 일테면 박이나 호박 같은 남새(채소)는 말할 나위도 없고, 무엇보다도 짐승의 고기는 삶아야 제대로 맛을 즐기며 먹을 수..

누룽지와 눌은밥

음식점에 따라 밥을 먹은 뒤에 입가심으로 구수한 국물이 있는 ‘눌은밥’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음식점에서는 이를 두고 ‘누룽지’라 하는데, 그렇게 먹는 것은 누룽지가 아니라 눌은밥이다. 누룽지는 밥이 솥바닥에 눌어붙어 딱딱하게 굳은 것을 말하고, 눌은밥은 솥바닥에 눌어붙은 밥에 물을 부어 불려서 긁은 밥을 말한다. 흔히 식사 후에 입가심으로 먹는 구수한 국물이 있는 밥은 누룽지가 아니라 눌은밥이다. 가끔 ‘생선을 졸이다’, ‘사과를 설탕물에 졸이다’고 적는 경우가 있는데, 올바른 표기가 아니다. ‘졸이다’는 ‘마음을 졸이다’처럼 조마조마한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말이다. 양념을 한 고기나 생선을 국물과 함께 바짝 끓여서 양념이 배어들게 한다든지, 채소나 과일을 설탕물에 넣고 계속 끓여서 단맛이 배어들게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