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경 선생 5

역사를 빛낸 한글, 한글이 빛낼 역사 -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

‘한글’. 우리가 우리말을 ‘한글’로 부른 것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았다. 그전에는 ‘언문’, 또는 ‘훈민정음’이라 불려오다가, 주시경 선생이 ‘위대하고 큰 하나의 글’이라는 뜻을 담아 ‘한글’이라는 이름을 붙이면서부터 한글은 민족의 마음속에 크고도 높게 자리 잡았다. 이 책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은 1443년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때부터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까지, 한글이 우리 역사에 스며드는 과정을 28대 사건으로 풀어냈다. 그 가운데는 허균이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펴낸 것처럼 익숙한 이야기도 있지만, 대부분은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생소한 이야기가 많아 한글을 둘러싼 역사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 《역사를 빛낸 한글 28대 사건》, , 김슬옹..

주시경의 표기 이론과 『국어문법』의 의미

‘국문의 어릿광대’ 『국문강의』(1906)의 발문에서 주시경은 “나는 다만 국문의 한 어릿광대 노릇이나 하려는 것이니, 고명하신 분들이 앞으로 말과 글을 연구하고 수정하여 좋은 도구로 만들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랬다. 그가 바랐던 것은 그저 ‘국문의 어릿광대’가 되는 것일 뿐이었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국문’, ‘고명하신 분들’에게는 더욱 더 외면당하던 ‘국문’이 자신의 어릿광대짓으로나마 그분들의 관심을 끌게 된다면, 그리하여 진지한 연구의 대상이 되기만 한다면 그것으로 자신은 족하다는 것이었다. ‘국문의 어릿광대 노릇이나 하겠다’는 주시경의 말은 그러나 그저 겸손의 표현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아마 당시에 그는 후대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국어 연구의 선구자’로 평가받게 될지는 꿈에도 생..

(얼레빗 4429호) 광고판, 영어로 도배한 것과 한글이 주인인 것

여기 롯데백화점의 광고판이 영어로 도배되었습니다. 광고판 어디를 봐도 한글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물론 광고를 하면서 영어를 전혀 쓰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 주문할 수 없겠지만 한국인 상대의 광고를 하면서 마치 미국의 광고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면 문제일 것입니다. 원래 롯데백화점 광고가 대부분 영어로 도배하곤 했지만 그래도 이번처럼 영어 일색이진 않았는데 이번엔 참으로 심한 모습입니다. ▲ 영어로 도배한 롯데백화점 광고판 ▲ 한글이 주인인 신세계백화점 광고판 그런데 가까운 곳에 있는 신세계백화점의 광고판은 뜻밖에 SHINSEGAE란 자신들의 상호를 빼면 모두 한글 일색입니다. 그것도 흔히 쓰는 ’추석’이란 한자말 대신 우리말 ‘한가위’를 쓰고 그밖에 감사와 명절이란 한자말 말고는 모두 토박이말을..

(얼레빗 4332호) ‘반팔옷’이 아니라 ‘반소매옷’이라고 해야

“반팔옷을 입고 나들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제 여름으로 들어가는 것인지 제법 덥게도 느껴집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기자는 사람들의 나들이 모습을 그렇게 보도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반팔’이란 말을 쓰는 것을 보고 언론이 우리말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