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산수화 5

(얼레빗 제4857호) 일만이천봉 금강산을 그린 정선 <정양사>

고려 후기 학자 이곡의 《가정집(稼亭集)》에는 《화엄경》 속 담무갈보살(금강산에 머무는 보살)이 1만 2천 보살을 이끌고 금강산에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렇듯 예부터 이 금강산을 사람들은 신성한 영역으로 여겨왔습니다. 또 그 비경에 푹 빠진 조선 시대 화가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붓을 들고 그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한 폭에 그림으로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진경산수화로 잘 알려진 겸재 정선의 가 있습니다. 는 금강산에 있는 유명한 절인 정양사에서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을 보고 그린 작품입니다. 정선은 능숙한 솜씨로 정양사가 있는 왼쪽 토산의 부드러운 모습은 둥긋한 산의 형태로 잡아내고 수풀이 울창한 모습은 붓을 뉘어 그린 미점(米點)으로 빽빽하게 찍어 표현했습니다. 암봉이 서려 ..

(얼레빗 제4755호) 진경산수화를 대표하는 걸작 <인왕재색도>

지난주 KBS1 텔레비전 ’다큐인사이트‘ 프로그램에서는 가 방영되었습니다. 국보 는 겸재 정선이 76살 때인 1751년(영조 27) 자기가 살던 지금의 효자동 쪽에서 보고 비 온 뒤의 인왕산 경치를 그린 것이라고 합니다. 삼성 고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던 것을 유족들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것인데 올해 4월 28일부터 8월 28일까지 에 전시되었던 작품입니다. ▲ 국보 , 종이 바탕에 수묵담채. 세로 79.2㎝, 가로 138.2㎝, 국립중앙박물관 이 그림에는 특징 있게 생긴 인왕산의 바위를 하나하나 그려 넣었습니다. 그 아래에 안개와 나무들을 그려 넣어 단순하면서도 대담한 구도를 이룹니다. 특히 나무와 집들이 있는 가까운 곳은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인 부감법(俯瞰法)으로 그렸으며, 멀리 바라보이는 원..

공재 윤두서, 형형한 눈빛 뒤에 어린 따뜻한 마음

‘화가 났나?’ ‘노려보는 것 같기도 해.’ ‘아냐, 슬픈 표정인데?’ 종이에 꽉 차게 그려진 어떤 사람이 우리를 뚫어지게 보고 있어요. 살짝 올라간 눈매에 한 올 한 올 생생하게 묘사된 풍성한 수염, 다소 불그레한 살집 있는 얼굴이 씩씩한 장수처럼 보이기도 하고... 강렬한 눈매를 가진 그림 속의 인물이 우리를 꼼짝 못 하게 만듭니다. 놀라지 마세요. 이 사람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조선 후기의 유명한 선비화가 윤두서입니다. (p.8) 정면을 응시하는 부릅뜬 눈. 한 번 보면 쉬이 잊기 어려운 그 얼굴. 바로 자신의 모습을 그린 윤두서의 ‘자화상’이다. 미술 교과서에 실려 누구나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법한 이 그림은, 해남윤씨 종가를 대표하는 종손이자 선비 화가였던 공재 윤두서가 18세기 초 그린 것이..

(얼레빗 4653호) 정선의 박연폭포로 불볕더위 날리기

장마가 끝나자마자 섭씨 35도를 오르내리는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온 세계가 불볕더위로 몸살을 앓고 있지요. 더위는 세상을 점령했고 밤새 열대야에 시달리고, 낮에는 에어컨 바람 탓에 냉방병에 걸릴 지경이지요. 이러한 불볕더위 속에서도 코로나19 탓에 휴가도 제대로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그림 하나를 선사합니다. ▲ 세찬 폭포 소리가 들리는 듯, 겸재 정선의 , 개인 소장 바로 겸재(謙齋) 정선(鄭敾, 1676∼1759)의 가 그 그것이지요. 작품의 크기는 세로 119.7㎝, 가로 52.2㎝인데 겸재가 그린 진경산수화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회화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입니다. 진경산수화의 진수라고 평가되는 그림은 《박연폭포》와 함께 《금강전도》, 《인왕제..

(얼레빗 4593호) 진경산수화를 대표하는 <정선필 인왕제색도>

지난 4월 28일, 고 이건희 회장 유족은 이 회장이 소장하고 있던 11,023건 약 2만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했는데 이 가운데는 겸재 정선(1676~1759)의 (국보 제216호)가 들어 있습니다. 이 그림은 정선(이 비 온 뒤의 인왕산 모습을 그린 그림으로 크기는 가로 138.2㎝, 세로 79.2㎝입니다. ▲ 국보 제216호 , 크기: 138×79.4cm, 국립중앙박물관 비 온 뒤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상적 순간을 포착하여 그 느낌을 잘 표현하였다는 평가를 받는데 산 아래에는 나무와 숲, 그리고 자욱한 안개를 그렸고 위쪽으로 인왕산의 바위를 화폭 가득가득 담았지요. 비에 젖은 뒤편의 암벽은 위압적인 모습과 함께 무거운 느낌을 주는데, 이렇게 그리기 위해 붓에 먹물을 가득 묻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