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우리말 6

찰나의 우리말 - '외국인'은 누구인가?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는 제프리 홀리데이라는 미국 국적을 가진 교수님이 계신다. 서로 바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학기에 한두 번 정도는 시간을 내서 함께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며 그간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눈다. 연구 얘기부터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화제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야말로 시간 가는 줄을 모른다. 한번은 한국어의 ‘외국인’이라는 단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홀리데이 교수는 한국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이 ‘외국인’이라는 단어가 흥미롭다고 했다. 한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외국인’이라는 단어는 세 가지 뜻을 가지고 있는 듯하기 때문이란다. 첫째는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지 않은 사람, 둘째는 한민족이 아닌 사람, 셋째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

찰나의 우리말 - 존댓말을 들으며 진짜 알아야 할 사실

박사를 마치고 처음 강단에 섰을 때, 가장 어려웠던 것은 의외로 강의 그 자체가 아니었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필자에게는 출석을 부르는 일과 강의 전후에 학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강의를 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출석을 부르려면 이름을 불러야 한다. 그런데 다 큰 대학생들의 이름을 그냥 부르려니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름 뒤에 ‘씨’를 붙여 출석을 불렀다. ‘김네모 씨, 이세모 씨’ 이렇게 말이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몹시 어색해했다. 게다가 와르르 웃는 경우도 있었다. 그래서 ‘존칭은 생략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양해를 구한 후에 이름을 부르는 방법을 써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것도 몹시 어색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데 혼자 양해를 구하는 것이 마치 혼..

찰나의 우리말 - 한글과 한국어, 혼동하지 말아요

지난해 말, ≪언어의 줄다리기≫라는 책을 낸 덕분에 다양한 매체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한 잡지와 인터뷰를 했을 때의 일이다.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분이 객원 기자의 자격으로 사진 기자와 함께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필자의 연구실을 찾았다. 책의 서평을 다른 매체에 기고도 했고 친분도 있는 사이여서 인터뷰는 내내 즐겁고 유쾌했다. 시간이 지나 잡지가 나올 즈음, 사진 기자가 문자를 보내 주었다. “인터뷰 기사가 곧 이렇게 실리게 됩니다.”라는 문자와 함께 기사를 보내 준 것이다. 그런데 보내 준 기사를 읽고는 등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글을 읽기가 무섭게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기사의 내용을 수정할 수 있는지 묻기 위해서였다. 기자는 난감해 하며 이미 윤전기가 돌고 있다고, 무슨 문제가 있냐고 되..

찰나의 우리말 - '막말' 감수성

요즘 우리 귀에 많이 들리는 단어 중 하나가 ‘막말’이다. 최근 들어 막말의 주된 진원지가 된 곳은 바로 정치권이다. 정치권에서 들려오는 정치인들의 막말에 유권자인 국민의 심정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국민이 선택한 국민의 대표자들이니 그에 맞는 품격을 지켜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런데 ‘막말’이란 무엇인가? 막말이 무엇인지 알아보려면 사전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막말을 찾아보니, ‘나오는 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되게 말함. 또는 그렇게 하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다. 여기서 ‘함부로’란 ‘조심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아니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라는 뜻이고, ‘마구’란 ‘몹시 세차게. 또는 아주 심하게’이며, ‘속되다’란 ‘고상하지 못하고 천하다’라는 뜻이다. 이 뜻들을 ..

찰나의 우리말 - 가족 호칭에 관심이 필요한 이유

5월도 벌써 다 가고 있다. 가정의 달 5월을 보내며 가족과 관련된 언어 문제를 생각해 보려 한다. 행복한 가족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모두 행복한 가족을 바라고 꿈꾼다. 그런데 행복한 가족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리나≫의 시작 부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다들 비슷비슷하기 때문에 잘 관찰해 보면 분명히 일반화할 수 있는 행복의 조건을 발견할 수 있는 것 같다. 필자가 발견한 행복한 가족이 지닌 행복의 조건은 ‘소통’이다. 행복한 가족들은 공통적으로 가족 사이에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 만나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서로 주고받으며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