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4

뜨게부부와 새들꾼

봄이 되니 혼인을 알리는 청첩장이 부쩍 늘었다. 일가친지와 벗들 앞에서 가장 아름답게 혼인 예식을 치르고 싶은 마음이 청첩장마다 들어 있다. 하지만 사정이 있어 혼례를 치르지 않고 그대로 동거해 버리는 남녀도 있다. 요즘에는 ‘혼전동거’라 하고 ‘동거남’이니 ‘동거녀’니 말하지만, 예전에는 이러한 남녀를 ‘뜨게부부’라 하였다. ‘뜨게’는 ‘본을 뜨다’와 마찬가지로 흉내 낸다는 뜻이므로, ‘뜨게부부’는 정식 부부가 아니라 남녀가 부부 행세를 할 때에 부르던 말이었다. 따라서 혼인 신고를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에 있는 부부도 ‘뜨게부부’라 부를 수 있다. 남녀를 서로 맺어주는 일을 ‘중신하다’, ‘중매하다’고 말하는데, 이때에 쓰는 토박이말이 ‘새들다’라는 말이다. 그래서 중매하는 사람 곧 ‘중매쟁이’를 ‘..

피로연은 피로를 풀어주는 잔치?

봄빛 짙어지고 봄꽃 흐드러지게 피면서 예식장들은 신이 났다. 요즘엔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는 것을 다들 ‘결혼’이라고 하지만, 우리의 전통적인 한자말은 ‘혼인’이다. 예부터 ‘혼인식’이나 ‘혼례식’이라고 하였지, ‘결혼식’이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 한국어에서 ‘혼인’과 ‘결혼’은 모두 표준말이다. 혼인과 같은 경사스러운 일에 초대하는 편지는 ‘초청장’이라 하지 않고 따로 ‘청첩장’이라고 말한다. 혼인을 알리는 청첩장에 ‘화혼’이라고 쓰인 것을 가끔 볼 수 있는데, ‘화혼’이라는 말이 혼인을 신부 입장에서 따로 부르는 말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화혼은 예전에 혼인을 청첩장에 한자로 쓸 때 멋스럽게 쓰느라 따로 만들어 쓰던 말이었다. ‘혼인’이나 ‘결혼’, ‘화혼’은 모두 같은 말이..

조촐한 자리란?

집에 손님을 맞이할 때, 애써서 갖은 반찬들을 한 상 가득 준비하고도 “차린 건 없지만 많이 잡수세요.”라고 겸손해 하는 것이 우리네 문화다. 그런데 이와 비슷한 경우로, 칠순 잔치 등에 청첩장을 보내면서 “조촐한 자리지만 꼭 참석해 주세요.”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서는 ‘조촐하다’란 말을 ‘변변치 못하다’란 겸양의 표현으로 쓰고 있는 듯하지만, 사실 이 말은 그런 뜻이 아니다. ‘조촐하다’란 말은 본디 “아주 아담하고 깨끗하다”란 뜻을 가진 낱말이다. 그러므로 이 말은 자리를 마련한 쪽에서 쓸 말이 아니라, 초대받은 손님이 주인에게 “조촐한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무척 즐거웠습니다.” 하고 칭찬할 때 쓰는 것이 알맞다. “아주 아담하고 깨끗한 자리”에 만족했다는 인사로 건네는 표현이다. 뿐만 ..

5월 22일 - 어제는 부부의 날, ‘부부’보다 ‘가시버시’가 좋습니다

5월 21일은 절기상 소만이자 ‘부부의 날’이었습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많은 기념일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만 부부의 날은 한 가정을 이룬 부부를 기념하는 날로 의미가 있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 부부라는 말보다 정겨운 말이 있습니다. ‘가시버시’라는 말입니다. 이 말을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