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말과 작은말 4

흐리멍텅하다

‘흐리다’는 “날씨가 흐리다.”, “물이 흐리다.”처럼, 눈에 보이는 상태가 맑지 않다는 뜻이지만,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을 나타낼 때도 쓰이는 말이다. 이 ‘흐리다’를 바탕으로 해서 “흐리멍텅한 정치인들”이라든가, “일을 흐리멍텅하게 처리했다.”와 같이 ‘흐리멍텅하다’란 낱말이 자주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예들처럼 ‘정신이 맑지 못하고 흐리다’거나 ‘일의 경과나 결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흐리멍텅하다’는 잘못 쓰고 있는 말이다. 이때에는 ‘흐리멍덩하다’가 바른 표기이다. 옛날에는 ‘흐리믕등하다’로 말해 오다가, 오늘날 ‘흐리멍덩하다’로 굳어진 말이다. 표준말이 아닐 뿐이지 ‘흐리멍텅하다’가 우리말에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북한의 경우에는 ‘흐리멍텅하다’를 우리의 표준어..

‘흐리다’와 ‘하리다’

날씨는 맑거나 맑지 않다. 날씨가 맑지 않은 것은 “날씨가 흐리다.”처럼 ‘흐리다’는 말을 써서 나타낸다. 또, 조금 맑지 않은 듯하면 ‘흐릿하다’고 한다. 사람의 정신도 대자연의 날씨처럼 맑지 않을 때가 있다. 사람의 정신이 맑지 않은 것은 ‘흐리다’의 작은말인 ‘하리다’를 써서 나타낸다. 곧 ‘기억력이나 판단력이 분명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이 ‘하리다’이다. 기억력이 조금 맑지 않은 듯하면 역시 ‘하릿하다’고 말한다. 자연의 날씨에는 큰말인 ‘흐리다’를, 사람의 정신에는 작은말인 ‘하리다’를 쓴다. 이 ‘흐리다’를 바탕으로 해서 ‘흐리멍덩하다’는 말이 생겨났다. 흔히 “흐리멍텅한 녀석”이라든가, “일을 흐리멍텅하게 처리했다.”와 같이 ‘흐리멍텅하다’라고들 말하고 있지만, ‘흐리멍텅하다’는 말은..

설 명절은 가족끼리

“설 명절에 즐거운 시간 가지세요.”처럼, 우리는 ‘시간을 가지다/갖다’란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라는 것은 잠시도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자연 현상이다. 어느 누구도 시간을 가질(소유할) 수는 없다. 우리는 흘러가는 시간을 그 시간에 따라 함께 보내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간을 가지다/갖다’란 말은 ‘시간을 보내다’로, “즐거운 시간 가지세요.”는 “시간을 즐겁게 보내세요.”로 고쳐 써야 바른 표현이 된다. 설 연휴를 맞아 너도나도 국제공항으로 가고 있는 한편에는 “설 명절은 가족끼리”라는 구호도 가끔 보인다. 그런데 ‘가족끼리’는 올바른 말일까? ‘-끼리’라는 말은 여럿이 함께 패를 짓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다. “젊은이들끼리 어울리는 카페”나 “노인끼리 모여 지내는 실버타운”처럼 쓴다.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