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터 3

아무나 쓰고 아무도 모르는 거버넌스, 너 뭐니?

어쩌다 지방자치단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돼 ‘늘공’(늘 공무원)들과 일한 지 몇 년째다. 그사이 확실히 알게 된 하나가 ‘공무원은 문서로 일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과업은 문서와 증빙으로 시작해 문서와 증빙으로 끝나는데, 첫 문서와 마지막 문서 사이에 ‘문제 될 것’만 없으면 과업은 성공으로 종결된다. 공무원들이 작성한 보고서, 방침서, 계획서 등 각종 문서를 읽다 보면 ‘다양한, 시너지, 효율화, 극대화, 제고, 향상, 체계적’이 없다면 이들은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싶게 저 단어들을 애용한다. 주로 주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저 단어들이 문장 안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해 문장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단어뿐만이 아니다. 문서 틀도 대부분 같고, ..

퍼실리테이터, 이제는 ‘소통지도사’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국민 참여 공론화 토론회가 전국에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신고리 5, 6호기 재개 문제부터 대학입시제도 개선, 헌법 개정, 미세먼지 대책, 대구·경북 행정통합, KBS의 공적 책무와 같은 주제들이 정부 부처 공직자들 탁자에서 벗어나 국민이 참여하는 숙의형 정책 토론 마당에 폭넓게 펼쳐지고 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는 가운데, 몇 해 전만 해도 모두가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하던 대면 회의는 이제 열기 힘들다. 비대면 화상회의로 전환되면서 회의를 주관하는 주최 측의 고민 또한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들은 화상회의에서 회의를 주관하는 사람을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 또는 모더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