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어 32

우리말을 사랑하는 대학생의 「2022년 쉬운 우리말 쓰기 제작 지원 사업」이야기

사람들은 다양한 매체에서 여러 정보를 얻는다. 텔레비전에서 정보를 접하는 사람도 있고, 인터넷 신문에서 세상을 알아가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는 재미와 간편함을 추구하는 신세대(MZ세대)를 중심으로 개방형 매체인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를 활용해 지식을 얻기도 한다. 다양해진 매체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모든 시청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정확한 정보 전달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 중 ‘언어적 영역’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쉬운 우리말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매체에서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고 외국어와 외래어를 지나치게 남용하는 경우가 있다. 쉬운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는 행위가 매체들 사이에 퍼지게 되면, 시청자는 정보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명징하게 직조’된 한자어, 꼭 써야만 하나?

영화 평론가는 영화를 감상하고 나면 별점과 함께 ‘한 줄 평’을 남긴다. 한 줄 평이란 영화에 대한 평론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지난 2019년 흥행에 성공한 영화 에 한 평론가가 남긴 한 줄 평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도 처연한 계급 우화”. 국내 영화 평론가 중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 이동진 영화 평론가가 남긴 한 줄 평이다. ‘명징’, ‘직조’, ‘신랄’, ‘처연’ 등, 어려운 한자어가 가득한 그의 한 줄 평은 많은 누리꾼의 지적과 옹호를 동시에 받았다. “어려운 말만 골라 쓰면서 허세를 부린 것 같다.”, “어미 빼고 전부 한자어다.”라고 비난하는 의견이 있는 한편, “이 한 줄 평이 왜? 다들 지적 수준이 낮네.”, “이 단어를 모르다니..

우리말 탐구 - 쓰는 한자는 같아도 뜻은 정반대! '일체'와 '일절'

우리말에는 같은 한자어라도 상황에 따라 음을 다르게 읽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一切’이다. 이 단어에서 한자 ‘切’에는 ‘모두 체’와 ‘끊을 절’이라는 각기 다른 뜻과 음이 있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일체’로 읽을 때도 있고 ‘일절’로 읽을 때도 있다. 그러나 ‘일체(一切)’와 ‘일절(一切)’은 같은 한자를 쓰는 한자어이기에 헷갈리기 쉽지만, 그 뜻은 많이 달라 구별하여 사용해야 한다. ‘일절’과 ‘일체’를 혼동하여 쓴 대표적인 예로 ‘안주 일절’이라는 표현을 들 수 있다. 많은 음식점에서 ‘모든 안주를 모두 취급한다’는 뜻으로 ‘안주 일절’이란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일절’이라는 단어는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으로, 흔히 행위를 그치게 하거나 어떤 일을 하지 않을 때 쓰는 말’이..

尹 대통령이 누구예요?

‘尹’, 처음 봤는데 자기소개도 없다니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 후 언론에서 자주 못 보던 한자가 등장했다. 바로 ‘성씨 윤(尹)’ 자이다. 언론에 새롭게 등장한 이 한자는 볼 때마다 자기소개도 없이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언론에서는 관용적으로 대통령 이름을 한자 성씨 한 글자로 축약해 표기하고 있다. ‘문(文)’, ‘박(朴)’, ‘이(李)’, ‘노(盧)’ 등이 그러하다. 때에 따라서는 알파벳의 앞글자를 따서 ‘MB(이명박)’와 ‘DJ(김대중)’, ‘YS(김영삼)’로 표기하기도 한다. 기사 제목에 매번 이름 석 자를 적으면 정보를 압축해서 전달하기 어렵고, 신문의 지면이 낭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따라서 대통령의 성씨 한 글자만 한자로 적거나, 이름을 로마자로 축약해 적는 것..

‘브레드’와 호칭 문화

한국방송에서 평일 저녁에 방송하는 연속극 ‘국가대표 와이프’에서는 아주 낯선 호칭이 등장한다. 방수건설 사옥의 주차관리인 영감 방배수가 건물 청소를 하는 나여사(나선덕)와 황혼 연애를 하게 되면서 자기 이름을 ‘브레드’라고 알려주는 바람에 나여사는 그를 브레드라고 부른다. 본명을 말하면 자기가 방수건설 회장 방배수임이 들통날까 봐 그리한 것이었다. 브레드는 방배수의 ‘방’을 된소리 ‘빵’으로 바꾼 뒤 영어 단어인 ‘bread’로 돌린 말.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가 떠올라서 전혀 이상하게 느끼지 않은 사람도 있었으리라. 문제는 한국 사람이 이렇듯 외국 사람처럼 별명을 짓고 그렇게 부르는 문화가 어떠냐는 것. 그런데 이는 이미 일부 기업에서 새로운 호칭 문화로 강제되고 있다. 알려진 기업 가운데 이를 가장 먼..

양말과 호주머니

우리말에는 개화기 이후에 서양에서 들어온 물건에 ‘양(洋)-’을 붙여 이름을 지은 것이 많이 있다. 그 말들 가운데는 오랫동안 쓰이다보니까 마치 고유어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양말’이란 말도 고유어가 아니라 한자말이다. 서양에서 버선과 비슷한 것이 들어오니까 버선을 뜻하는 ‘말’에 ‘양-’ 자를 붙여서 ‘양말’이라고 한 것이다. 물을 긷는 데 쓰는 질그릇 ‘동이’에 ‘양-’ 자를 붙여 ‘양동이’라 하였고, 서양에서 받아들인 잿물이라는 뜻으로 ‘양잿물’이라는 낱말을 만들어 써 왔다. 이 밖에도 ‘양배추, 양변기, 양송이, 양은냄비, 양재기, 양철, 양파’ 등 매우 많은 말들이 있다. 서양에서 온 물건에 ‘양-’을 붙인 것처럼, 중국에서 들여온 것에는 ‘호(胡)-’라는 한자를 붙여 썼다. ‘주머니’에 ..